15년동안 간호사근무를 하면서 가장 소중했던 건 아무래도 환자들의 만남이 아닌가 싶다.
신경외과, 비뇨기과, 응급실, 암병동, VIP병동에 근무를 하면서 각 병동마다 매력이 너무나 다르기도 했지만 암환자들을 마주했던 그날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사무친다.
암병동에서 한 발짝 나온 지금, 돌이켜보면
환자가 모든 마음을 닫고 암이란 병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첫 병원 시작부터
항암차수가 거듭될수록 환자와 간호사의 rapport가 깊어지고 끈끈하고 친밀해지는 그 무언가가 암병동의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
정말 모두모두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지만 병동 로테이션 했다고 ‘보고싶다’하시며 처음보는 병동에 쭈뼛쭈뼛 들어오시던 모습, 무균병동에서 본인 식사는 못하시면서 먹을 것 챙겨주시던 모습 하나하나 다 적을 순 없지만 전부 다 사랑스러웠던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행복한 만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약해지시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환자의 죽음까지 마주하면 며칠간은 마음이 아리기도 하였다.
장례를 치르시고도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며 얼굴을 보러 오시고,
돌아가실 때 ‘선생님이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고 하는 말씀을 들으면 나도 환자의 가족이 된 것처럼 눈물이 흐를 때도 있었다.
나는 나의 간호만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환자분들을 간호하며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많았다.
요즘 같이 이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사랑스러웠던 환자들이 생각난다.
같은 병실을 쓰셨던 환자분들끼리 지금 하늘나라에서 그 때처럼 웃으시면서 지내고 계시려나...
그 때의 그 미소로 어딘가에서 지내고 계실 것 같은 우리 환자분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계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