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많은 신규 간호사가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일하는 간호병동은 매일 간단한 수술을 위해 입원하시고 퇴원하시는 분들, 통증 조절을 위한 수액을 처치하는 일이 허다하다. 더욱이 팀 간호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신규간호사의 빠른 독립을 기대하곤 한다.
담당 간호사라는 역할의 무게감, 업무량에 비해 부족한 업무 능력으로 인한 좌절감.
주어진 책임과 의무만으로도 버거운 신규 간호사는 담당 환자를 존중하며 간호하기 힘들어 보인다. 비단 신규 간호사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지만, 경력 간호사는 액팅이 수월하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보다는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신규 간호사의 액팅 업무 고충 중에 단연 1위는 IV가 아닌가 싶다.
우리 병원에도 매년 신규 간호사가 입사하는데, 환자에게도 친절하고 선임 간호사에게도 잘하는데, 유독 IV가 미흡한 간호사가 있었다. IV 스킬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 없이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은데, 오히려 계속되는 실패로 부담감을 겪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IV를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볼 겸, 경험을 주기 위해 선뜻 팔을 내어주었지만, 너무 아프다;;
대학 다닐 때 친구끼리 IM하는 것조차 무서워서 떨었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신규 간호사가 선임 간호사의 팔을 찌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 듯하여 함께 고민을 하다가 IV 연습용 모형을 검색했다. 마네킹 팔은 없는 살림에 손톱을 뜯게 만드는 금액이라 쉽게 포기가 가능했고, 혈관 모형판은 너무 허술해서 이 정도면 우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때 아닌 가내수공업 현장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보이기에 원시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는 만족한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베타폼과 토니켓을 이용해서 피부와 혈관을 표현하고,
물에 포비돈을 섞어 피를 표현~~~
몇 날 며칠을 기다려서 클램핑할 수 있는 도구들까지 획득해서 완성~
이러다가 피도 뽑아줄 기세들이다.
글로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슬플 정도로 결과물이 좋아서, 다른 병동 수선생님들도 호시탐탐 노리곤 하셨다.
몇 년 전부터 간호사 '태움' 문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간호사의 이직률은 '열악한 근무환경', '높은 노동강도'와 같은 일상적 업무가 더 큰 이유라고 한다. 신규 간호사의 스킬 상승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동료들의 '태움'보다는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병동의 좋은 추억이 되었다.
"권 선생님, 잘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