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19.
코로나 중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국가지정격리병상 및 중증병상 부족으로 인해 우리는 일반 중환자실에서 코로나 중환자실이 되었다.
2019년 12월 26일 코로나 중환자실을 새로 오픈하고 입원한 첫 번째 환자는 타원에서 산소치료를 하던 도중 산소요구량 증가, 상태악화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위해 우리 중환자실에 입실하였다.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유지하던 환자는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고, 담당 간호사였던 나는 환자에게 종이와 펜을 드렸다. 종이에 천천히 써 내려간 글의 내용은 “아내도 코로나에 걸려서 OO병원 중환자실에 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어. 일주일 동안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환자의 첫 마디는 당시 코로나 환자 가족들의 비참한 현실과 마주했던 순간이었다. 그때는 코로나 환자가 입실할 때 가지고 온 개인 소지품 등은 밀봉하여 폐기하는 것을 지침으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나는 밀봉되어 있던 환자의 소지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해드렸다.
“여보,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장이 왔다.
“오늘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어요. 당신 힘내요.”
문자를 주고받은 후 고맙다고 웃으시던 환자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일주일 만에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 노부부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날 밤은 주무시지 않았을까.
나의 눈시울은 뜨거워지고, 뭉클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 코로나 중환자실에 입실한 환자는 개인 핸드폰을 소지하여 이전보다 가족들과 연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드렸고, 중환자실 면회가 제한된 이후 우리는 부서 핸드폰을 비치하여 의식이 없거나 개인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환자분의 얼굴을 보호자에게 영상통화로 보여드리며 응대를 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불가항력적으로 증가하였고 그에 따른 중증 환자들도 증가한 상태로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 날까지 환자, 보호자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우리는 오늘도 힘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