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 화목토.....일주일 중 6일은 쉼 없이 돌아가는 투석실에 2022년 1월 25일,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OO 환자인데요....목도 아프고 가래도 많고 숨도 차서 오늘 투석 못 갈 것 같아요” 힘없는 목소리로 투석 오기 힘들어 못 오겠다는 환자에게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코로나 검사 후 다음날 투석실에 오셔서 투석하시라고 안내했습니다. 환자는 ‘화목토’요일에 투석하는 환자로 평소에도 투석시 복부 불편감, 잦은 설사로 투석하는 동안 항상 힘들어했고 지난주 토요일 투석을 마지막으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고 음성 판정 시 수요일 투석 예정이었습니다.
다음날인 수요일 OO님의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지막 투석 후 4일이 경과 된 상태로 꼭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신 기력저하와 구토 증상으로 투석실에 못 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투석 후 4일이 경과되었기 때문에 고칼륨혈증,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곤란, 요독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환자에게 설명 후 투석실 내원을 안내하였습니다. 그러나 움직이기만 해도 구토가 지속되어 움직일 수 조차 없다고 호소하며 재차 투석 오기를 거부하였습니다.
투석을 오지 못한다는 환자를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투석실 담당 전임의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환자를 설득해주기를 부탁하였지만 내원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재차 환자에게 연락을 취하여 투석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구토 증상으로 이동이 어려우면 119에 연락하여 내원할 것을 안내하였습니다. 환자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알겠다고 가보겠다고 했다가는 다시 전화로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호소하며 투석을 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힘들어서 못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당 간호사인 저는 환자분의 부모님께 연락하였습니다. 환자분의 현재 상태와 마지막 투석 후 4일이 경과되어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의 위중함을 알려 부모님께서 직접 환자분이 병원에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간호사로서의 소명 의식을 가지고 오랜 설득과 다소 집요한? 저의 연락으로 부모님께서 직접 환자분을 태우고 병원에 내원하셨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내원한 환자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내원 당시 산소 포화도는 68%, 객혈 증상, 호흡곤란, 혈청 내 칼륨 수치가 7.5mMol/L로 측정되었습니다. 우리는 즉시 혈액투석 치료를 시작하면서 산소공급과 처방된 항생제와 지혈제 투약 등의 신속한 치료와 간호를 동시에 진행하였습니다. 무사히 투석을 마치고 환자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 후 퇴원하였습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바쁜 투석실에서 오지 못한다는 환자의 연락을 듣고 마지막 투석 후 경과 된 날짜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석실에 올 수 있도록 연락한 결과, 적절한 시기에 안전한 간호와 치료를 제공하여 환자의 생명 유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며, 간호사로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임상적 판단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도 더욱더 세심하게, 보다 넓은 시야로 임상현장에 임해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간호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