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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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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모시겠습니다. 102병동 김미지 간호사입니다.”

2010,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병원에 입사한 후 한 번의 이직이 있었고 두 아이의 출산으로 4년의 육아휴직을 마친 뒤 20217월 다시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간호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원을 다시 찾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 입원을 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안에서 나는 손녀가 되고 딸이 되고 동네에서 만난 이웃처럼 항상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낯설고 무섭고 걱정되는 병원생활이지만 내가 여기 항상 있겠노라고, 걱정 말고 다시 찾아도 되는 곳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두 환자와의 만남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전히 바쁘게 일하던 어느날, 우연히 간호사 호출벨을 누른 옆팀 환자의 침상에 가서 낯익은 얼굴의 환자에게 인사했다. "환자분, 우리 아는 사이죠? 저번에 입원하셨을 때 우리 만난 것 같아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그저 친근감을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환자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급하게 처치를 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반갑게 인사할 수 있지만 환자로써 의료진을 다시 만나는 게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구나.' 뭔가 내 가슴을 때리고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반가움과 묘한 슬픔이 환자를 덮쳤으리라. 슬픔을 참아내고 있던 그 환자의 마음을 건드리고 말았구나.

 

히스토리를 찬찬히 읽어가며, 현재 경과를 살펴보며 환자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게 됐다. 그리고 근무 때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환자의 상태는 악화되어 며칠 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또 다른 환자는 폐이식을 대기하며 긴 투병생활을 이어와서 모르는 주치의, 간호사들이 없을 정도로 병동의 유명인사였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에게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약물과 치료가 이어졌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 됐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모두 지쳤으리라 생각할때쯤 결국 그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에크모,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버티고 버티다 죽음을 맞이했다.

 

두 환자와의 만남과 죽음을 보며 다양한 생각이 내 머리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내가 잘 치료하고 있는 걸까? 제대로 간호하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치료하고, 버텨내는 걸까. 버티라고 해야하는 걸까? 나의 최선에도 환자들은 자꾸 아프고 또 입원하고 결국 죽음을 맞아하는구나." 나의 말을 찬찬히 듣고 있던 선배가 이야기 한다."돌이켜보면 눈물 나는 순간이 좋을 때 였던것 같아. 그게 둔감해지는 순간도 오더라." 나의 먹먹함이 배가되는 순간이었다.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병동.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부서에서는 특히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한 번 나빠지면 나빠졌지 다시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만성질환자, 그리고 암환자들. 자신의 삶의 끝을 바라보며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여기에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간호사가 된지 11년차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그 고민은 끝나지 않았고 내가 간호사로써 살아가면서 계속 던져야 할 물음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지만 오늘도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고 또 다짐한다. 내가 수없이 겪은 타인의 죽음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처음인 그 일을 담담하지만 애도하는 마음으로 대해야지. 치료의 끝이 건강함이 아닌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되뇌이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간호 해야지.

 

"소중히 모시겠습니다. 102병동 김미지 간호사입니다." 항상 습관처럼 하는 멘트처럼 내 몸과 마음이 환자를 바라볼 때마다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소중히 대하기를. 언제나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필요할 때 함께 손 잡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남아있겠노라고. 환자를 보며 간호하며 나의 마음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눈물이 메마르지 않는 간호사로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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