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에 나는 어엿한 직장인 신규간호사가 되었다.
첫 출근날... 아직도 그 첫날의 설레임과 두려움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껏 학교와 부모님 품에서 지내던 나는 모든게 낯설고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6주간의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거치고 독립을 하면서 의욕만큼은 누구보다 충만했지만 여전히 서툴 수밖에 없고 좌충우돌 신규간호사의 생존기를 보내야했다. 모르는 것도 많고, 미처 챙기지 못한 일들에 대해 혼이 나 울고 간 날도 많았지만, 선배가 보내준 생일카드에 “나 역시 서럽고 힘들고 괴로웠던 신규 시절이 있었어. 조금만 더 버텨보자” 라는 격려의 말에 나혼자 겪는일이 아니라는 것에 큰위로가 되었다. 선배들처럼 모든일을 척척해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여전히 나는 서툴고 좌절의 날들을 보내면서 사직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 번도 더 들었지만, 여엿한 직장인이 된 딸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시는 부모님과 힘들지만 우리 힘을내어 버텨보자는 입사동기와의 굳은 약속 어느 하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1년 후 기대되는 나의 모습을 일기에 적으며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버티는 신규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어느날 우리병동에 3주에 한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셨던 분이 계셨다.
매번 보호자 분과 함께 입원하면서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는 힘들지 하면서 간식도 챙겨 주시고, 항상 수고 한다고 격려를 해주셨다.
삶의 의지가 무척 강한 분 이셨지만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 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보호자는 그 동안 수고한 자신의 아내를 이제는 편안히 보내고 싶다면서 연명치료 중단에 서명하였다. 그 곁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쓰다듬고 보듬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면서 환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점점 길러졌다. 가족과 우리의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편하게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날. 임종간호를 해드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배웅하는 길에 환자의 어머님이 나를 부르며 포옹해주며 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와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지금은 서툴지만 나중에 훌륭한 간호사가 될 거라고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었다.
힘든 신규간호사 시절이지만 이런 말씀과 격려는 내가 버텨갈 수 있는 비타민 같은 격려로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신규간호사의 좌충우돌의 나날을 보내고 드디어 나도 신규간호사의 명찰을 땔때가 되었다. 드디어 후배가 들어왔다.
후배 신규간호사들을 보면서 힘들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1년동안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이젠 신규시절을 잘버텨온 언니로써 어깨에 힘도줘보고 최근 경험했던 일이기에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해주고 알려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멋진 포부를 가져본다.
아직도 모르는 것 많고 서툴고 매일이 두려운 날들의 연속이지만 간호사는 서로 부대끼며 협동하며 팀을 이뤄야 해낼 수 있는 일이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활기차고 씩씩하게 나의 간호사상을 그려보며 20년 후의 나의 간호사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