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퇴근길 속 벚꽃 나들이
밤 12시 힘겨운 이브닝 일과를 끝내고 퇴근을 위해 차에 시동을 켠다.
어둑한 하늘, 은은한 달빛,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음악
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봄바람이 차 창문 너머로 내 이마를 스쳐간다.
봄을 느낄 새도 없이 3월이 지나갔다. 쓸쓸하다
집 근처 골목길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 봄이구나. 3월의 끝자락에서야 봄을 느낀다.
새벽 퇴근길 벚꽃 사이로 달빛들이 달려든다.
벚꽃이 지기 전 아우성친다.
봄을 느끼라고 힘겨운 하루는 잊고 찾아온 봄을 느끼라고
가슴이 울컥한다.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마움이 밀려온다.
메마른 임상 속 무언가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릴 수 있었던 20l8년의 봄.
퇴근길 속 벚꽃 나들이는 이렇게 나에게 봄을 주었다.
간호사 여러분 메마른 임상 속에서 당신의 정서가 같이 메말라 가는 건 아닌지도
잠시나마 여러분의 가슴에 촉촉한 수분을 주고자 시를 써 봅니다.
박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