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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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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愛 빠지다

간호학과 3학년, 지방에 있는 노인전문병원으로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다.

각 층마다 남자, 여자 혹은 중환에 따라 병실이 분리되어 있었고 내가 실습했던 병동은 중한 치매환자가 없던 일반병동이었다. 50여명이 넘는 환자들 가운데 내가 유난히도 마음을 많이 썻던 환자가 있었다. 마르고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허리골절로 인해 통증이 심한데다가 치매 초기로 매일 같이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기저귀를 갈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워 간병인 속을 탈탈 태우는 분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이따금씩 나 집에 가고 싶어요. 내가 왜이래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매일 같이 울던 할머니, 집에 계신 친할머니 생각에 유난히도 마음이 많이 갔었던 것 같다. 처음에 짠하던 마음도 2주 동안 매일같이 반복되니 감정도 무뎌지던 어느 날. 보호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 달 만에 온 전화라고 했다. 허리가 아파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손으로 전화기를 움켜잡고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괜찮아. 하나도 안 아프고 여기 사람들도 다 잘해주고 밥도 잘 먹어.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난청으로 잘 들리지도 않던 분이 자식들의 안부전화에 혹여나 걱정할까, 폐를 끼칠까 묻지도 않은 것들을 줄줄이 소리치고 있었다. 부모 마음은 다 같구나 하며 보고 있을 때 끝내 할머니는 작은 욕심이었는지 속마음을 말하셨다.

 

가끔, 자주도 필요 없어. 바쁜데 찾아오지 말고 가끔 이렇게 전화만 해

 

실습을 끝내고 나오던 마지막 날, 서울로 실습하러 간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서운해도 좋은 곳 가서 다행이네. 건강히 잘 지내.” 내 손을 붙들고 등을 쓰다듬는 손길에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나중에 간호사가 되면 나는 꼭 환자들한테 잘해야지, 신체 뿐 만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에 다짐을 했던 날이었다.

 

이제 막 4년차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그리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 일한지 만 1년이 지나던 어느 날, 여느 간호사에게 온다는 시기처럼 일이 무뎌질 때쯤에 일이었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만족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 외롭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가장 높게 나왔다고 했다. 데이 근무 혹은 근무 시작 전, 후에 환자들과 5분씩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거나 환자의 고민 등을 들어주고 다독여주며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감성터치미션이 내려왔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참 많았던 학생시절과는 다르게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나 혼자서 책임지고 돌봐야 할 환자들이 있고 시간 내에 끝내야하는 업무들이 있으니 대화보다는 환자의 컨디션을 중점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몰아치는 신환과 끊임없는 오더창, 쉴새 없이 울리는 호출벨은 환자의 마음은커녕 내 마음조차도 다독일 수 없을 만큼 다급하게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았다. 감성터치를 하는 5분의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시키는 대로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프기 시작했을 때의 감정, 지금 입원해있는 동안의 서러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함 등 수많은 감정들이 5 분 안에 쏟아졌다. 그동안에 나는 왜 이런 얘기들을 들어주지 못했을까. 나에게 여유롭지 못했던 건 시간이었을까, 아님 마음이었을까 고민하며 다른 환자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한명이 아닌 모든 환자들이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간호사가 되면 꼭 환자들한테 잘하겠다고, 신체 뿐 만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렇게 힘들어하고 마음 졸이는 환자들을 두고 나는 일을 끝냈다며 퇴근하기 바빴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될 때마다 환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적적하게 혼자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로인해 환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니 간호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다. 힘들고, 지치고, 상처받고, 매일이 전쟁 같은 병원일이지만 우리를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건 역시나 환자들의 미소와 건강해진 모습인 것 같다. 아마 병원에서 이런 미션들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환자들 보다는 일에 중점을 두고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몸이 아파 온 환자들에게 있어 보호자와 간병인도 없이 곁에 있는 간호사만 믿고 지내는 병원생활은 분명 힘든 시기일 것이다. 입원기간 동안 생전 처음 보는 간호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지내야하지만 우리는 환자들에게 기대만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가 반성하며 대화를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들이 지금은 환자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나는 장담한다.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을 지금 우리가, 간호사가 하고 있다.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선서했던 그날처럼 앞으로도 초심을 잊지 않고 환자들에게 나의 모든 관심과 노력을 쏟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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