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11년차 된 분만실 간호사다.
임상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던 나는 석사졸업논문 주제를 고민하고 있었고 지도교수님과 상의한 결과 고위험 임부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다. 분만실이라 하면 매일 새로운 생명을 마주하는 곳으로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분만뿐만 아니라 최근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조산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임산부 또한 간호를 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년간 임상경험이 있는 나는 그들을 간호하는 것이 능숙하다고 믿어왔다.
언제나 그들의 불편함을 빠르고 능숙하게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왔으며 그들과 라포 형성 또한 잘 되어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할수록 임상에서 나의 모습은 그들의 신체적인 불편함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다양한 정서적인 불편함에는 관심이 없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습관적 유산을 경험하고 고령에 임신을 하게 되었으며 고위험임신을 진단받은 그들의 불안함을 간과한 채 신체적인 간호를 수행하기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한 산모는 임신 유지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이 감옥살이 같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면회 제한에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태로 아기를 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참기 때문이다.
사실 임상현장은 너무나 바쁘다.
그렇게 때문에 신체적 간호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사명감을 가지고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만큼 그들의 다양한 정서적 불편감까지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