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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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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아 사랑해!

 1995년 가을의 어느 날, 아스라한 기억 속의 잊지 못한 첫 경험, 벌써 29년 전의 일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신규간호사로 첫번째 업무를 시작한 곳이 NICU(신생아중환자실) 이었다. 
입사하기 전부터 소아 간호에 진심이었고 아동간호학에 관심이 있어 소아과에 지원했고 NICU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중환자실이라는 부담감과 어려움으로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해야 할 공부도 많고 미숙아 간호라서 특히 더욱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로, 정확하고 실수 없는 간호를 해야 했지만 그런 보살핌 속에서 자라나는 아가들의 모습을 볼 때 힘든 건 다 잊어버리고 보람과 감동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엄마가  지어준  태명이  ‘태양’이라는  이른둥이가  있었는데  임신  29주에  1.2kg으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비록 호흡기를 달고 얼굴과 몸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나의 눈에는 너무 예쁘고 태양이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간호를 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이른둥이들이 하는 것처럼 폐계면활성제 치료를 받고 호흡기도 달고 있는 상태지만 잘 버텨주고 있었고 호흡기 의존도를 조금씩 줄이고 비위관을 통해서 우유도 조금씩 먹어 보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였다. 

 성인 환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른둥이들에게는 밤이라는 시간에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태양이가 안 좋아진 시간도 새벽 1시라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산소포 화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혈압이 떨어지고 CPR 상황까지 가면서 당직의와 최선을 다했지만 소 생하지  못하여  태양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서  오신  후에야  사망을  선언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교수님, 전공의, NICU 간호사와 직원들은 갑작스런 태양이의 죽음에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태양이 어머님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네고 기도를 하면서 태양이의 마지 막 정리를 하게 되었다. 환자의 임종시에는 의료인으로서 객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고 당황하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해결하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되지만 NICU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맞는 죽음이라는 상황에 내 눈에서는 참던 눈물이 주르륵 흐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태양이를 떠나 보내고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이른둥이들 에게도 생길 수 있는 순간임을 알기에 너무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시기였다.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해서 지나친 감정이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이었고 24살 신규간호사에게는 아주 작은 생명의 마지막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많이 힘든 시기에 앞선 경험을 가진 선배들과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는 저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회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한 달 두 달 시간이 갈수록 태양이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은  다른  이른둥이들에게 그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열심히 간호하고  작은 것에도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힘이 되었고 나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태양이를 마음속 한켠에 묻은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태양이 어머니로부터 NICU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님들 안녕하세요. 태양이 엄마예요. 태양이가 세상을 떠나던 날 너무 경황이 없고 그 슬픔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제 마음을 추스르는데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서야 태양이가 제 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태양이를  사랑으로 돌보아주신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갑작스럽게 태양이의 죽음을 맞아서 선생님들 원망도 많이 하고 강남세브란스 병원 쪽은 쳐다보기도 싫어서 가능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제 몸의 회복에만 신경을 쓰고 지냈습니다.
태양이가 태어나서 하늘나라로 간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담당 간호사님이셨던 선생님은 태양이가 가는 길에 함께 눈물 흘리시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애써 뒤돌아서 눈물이 보이지 않게 하셨지만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미숙아가 태양이만은 아니었을 텐데 저희 태양이 가는 길에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태양이는 외롭지 않게 잘 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감사함을 위로 삼아 저도 힘을 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편지를 받고 태양이가 너무 생각났고 어머님의 마음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처음이라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순간이었고 그 일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순간이었다. NICU에서 일하는 11년 동안 태양이를 잊지 않고 이른둥이들을 위해서 최선의 길을 가려고 했고 의료인으로서 너무 업무적으로 보호자를 대하고  감정이 메말라 갈 때는 태양이와 태양이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2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관리자로 재직하고 있는 현실에서 점점 감정이 아닌 이성만이 앞서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나 간호사들이 환자의 죽음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서 당황하는 순간들을 보게 된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도 NICU에서의 태양이를 생각하면서 죽음 앞에 있는 간호사들이 어떤 대처를 해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을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선배 간호사로서, 관리자로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선배, 후배 간호사들의 공감과 격려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항상 느끼면서 아직은 우리,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끼고 있다. 먼저 천국에 가서 살고 있을 천사 태양이를 위해 기도하며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태양~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많이 늦었지만 표현해 보고 싶어서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되었고 늦어서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태양아~ 사랑해! 
오지선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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