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을 따라 하고 있었다.
프리셉터로 신규 간호사를 지도하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반복된 실수에 짜증이 섞였고, 지쳐 있는 표정에도 ‘괜찮냐’는 말보다 ‘다시 해봐’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뱉은 말들이 그 친구에게 얼마나 무겁게 쌓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쌓임이 결국은 ‘포기’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는걸.
얼마 전, 간호시뮬레이션 교육평가 과목에서 ‘디브리핑’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대로 배웠다.
건설적인 피드백은 혼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찰하며 성장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
‘가르친다’는 건 더 잘난 사람이 위에서 내리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배운 사람이 곁에 함께 서주는 것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그 수업을 듣는 내내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땐 내가 너무 날카로웠지...”
“좀 더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늦은 반성과 아쉬움이 한동안 마음에 머물렀다.
10년 차가 넘은 지금도, 일은 여전히 어렵고 사람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도 나는 후배들에게 완벽하길 바라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노력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 친구들에겐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선 게 당연한데, 나는 그것조차 허용하지 못하고 채찍질만 했던 것이다.
사실 지금도 마음은 오락가락한다.
어떤 날은 후배들이 이해되고, 어떤 날은 또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나온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다짐한다.
내가 먼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정말 함께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그렇게 보내야 했던 후배들이 마음에 남는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꼭 우리 병원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자기만의 간호를 찾고 자기만의 성장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고, 기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바란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두렵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 되기를.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공기가 흐르고, 작은 성장에도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병동이 되기를.
그리고 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처음 마주하는 그 낯선 공기와 어색함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따뜻하게 일하는 모습이 환자에게는 안심이 되고, 동료에게는 위로가 되고, 나에게는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