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중환자실에서 13년간 일하다가 육아휴직 후에 병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던 중이었어요, 중환자실과 다른 병동에서는 주로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한 분들이 많은데, 그날도 어김없이 폐암 진단 후 항암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한 한 어르신 환자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셨고, 말투나 태도에서 젠틀함이 느껴지는 분이셨어요.
그 동안 제공해왔던 간호는 중환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까, 정확하고 빠른 대처가 필수적이라 환자분들이랑 개인적으로 사담을 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였어요. 그러다 보니 그날도 평범한 입원 간호를 제공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그분이 조용히 제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그냥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인데... 갑자기 폐암이라니, 참 당황스럽네요.” 그 순간, 저는 그분의 깊은 불안과 혼란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그분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분은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서 취미 활동으로 색소폰을 불고 그와 관련된 영상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분이더라고요. 그 외에도 자신의 지난 삶과 가족 이야기, 요즘 드는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셨어요. 저는 특별한 조언을 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그분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필요한 순간엔 간단한 말로 공감하며 지지를 표현했어요.
중환자실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이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환자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기보다는 신속한 처치와 판단이 우선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병동에서는 환자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가능하다는 걸 15년 만에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그분의 진실된 이야기와 삶의 무게를 들으며, “이제야 내가 정말 환자를 ‘사람’으로서 간호하고 있구나” 하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간호는 단순히 질병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와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정서적 지지는 간호사의 말 한마디, 진심 어린 경청만으로도 환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병동 간호사로서,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을 간직한 채 간호를 이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