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 처음 맞닥뜨린 임종의 순간은 내게 깊은 교훈을 주었고, 그때의 후회는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습니다.
외과 부서로 이동한 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던 어느 날, 1인실에 입원한 혈액종양내과의 말기 암 환자 분을 만났습니다. 암이 전신에 전이되어 오심구토로 식사를 할 수 없었고, 기력은 바닥났으며, 통증에 시달리던 그 환자분은 매일매일 불만과 불편을 표출하며 병실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 환자분을 만났을 때,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분을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타 병원과 비교하며 늘 불편해하고, 병원 내에서의 여러 상황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에 긴장감이 커져 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분의 고통과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나름대로의 작은 시도를 했습니다. 못 먹는 상태에서 그나마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 이야기하며 드릴 수 있는 것들을 알아봤고, 배액관이 새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소독하며 돌보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처음엔 날카롭고 불편하던 환자와 보호자 딸과 조금씩 정이 쌓였고, 저도 모르게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다른 구역을 담당하게 되어 그 환자분을 오랜 시간 보지 못한 어느 날, 출근하면서 병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와 울음소리에 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 환자분이 임종하셨다는 소식이었고, 사후 간호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병실 문 앞에 다가갔을 때, 딸의 울음소리에 저는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하고 고인의 손을 잡아드릴걸, 그리고 힘들어하는 딸의 어깨를 토닥여줄걸... 나도 모르게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음을 후회하며, 그 순간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후로 저는 매번 임종을 마주할 때마다 그 경험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종교적으로 독실하지는 않지만, 그때 이후로 고인의 손을 살포시 잡고, 좋은 곳에서 평안히 잠드시길 기도해 드리며, 보호자와 그 슬픔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때로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가 간호사로서 해야 할 일이자,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종 경험이 늘어나도 그 마음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으며, 늘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은 내가 더 나은 간호사가 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고, 또한 내가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순간은 후회가 아닌 배움이 되었으며,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그 순간마다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