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저는 중환자실 라운딩 중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환자는 에티오피아 출신의 유방암 환자로, 재건 수술 이후 갑작스러운 심정지(CPR)를 겪고 의식을 잃은 채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후 요양병원으로 전원되었지만, 그 과정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깊은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라운딩 중, 환자의 언니가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성모상을 어루만지며 간절히 매달리는 그 모습에는, 낯선 타지에서 가족의 생명을 붙잡고자 하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그 간절함은 말없이도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저는 그 순간, 간호사라는 역할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 그 슬픔 앞에 서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언니의 등을 토닥이며 “함께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접촉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간호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호는 환자의 신체를 돌보는 것을 넘어, 그 곁에 있는 가족의 마음까지 보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낯선 환경 속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불안과 고통 앞에서, 간호사의 공감과 따뜻한 손길은 환자와 가족에게 또 하나의 지지가 될 수 있음을 깊이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기도할 때마다 그 환자와 가족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어떤 상황에 있든, 존중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간호사의 손길이 단순한 처치를 넘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잇는 다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앞으로도 저는 인천성모병원 간호사로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동료 의료진 모두가 존중받는 현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또한 타지에서 온 이들의 눈물과 기도에도 귀 기울이며, 그 곁에서 함께 희망을 지지하는 간호사가 되겠습니다. 성모상 앞에서 마주한 그날의 장면은, 제 간호사로서의 길을 더욱 단단하게 밝혀주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