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동 60세 남성 CPR, 5분 뒤 도착합니다.”
119 구급대원의 전화를 시작으로, 응급실에서의 하루가 또다시 긴박하게 시작된다.
환자가 들어오면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인다.
심폐소생술, 약 준비, 모니터 확인. - 숨 쉴 틈 없이 생명을 붙잡는 일에 몰두한다.
그 순간의 나는 오직 **’지금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같은 질문이 남았다.
‘조금만 더 일찍 위험을 알아차렸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응급실에서 신속대응팀으로 옮긴 뒤,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신속대응팀에서의 응급은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된다.
낯선 병동 복도를 걸으며, 침상 옆에서 환자의 작고 미묘한 변화를 살핀다.
약간의 숨참, 조금 느려진 반응, 평소보다 차가운 손끝...
그 미세한 신호를 먼저 알아차릴 때, 또 다른 응급이 시작된다.
어느 날, 병동에서 호출이 왔다.
“산소포화도는 정상인데, 호흡수가 좀 빨라요.”
보호자는 불안한 눈으로 말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게 오늘은 좀 이상해요.“
힘없는 숨결 속에도, 환자가 보내는 조용한 신호들이 있었다.
즉시 ABGA를 시행했고, 결과는 pCO₂ 88 mmHg.
곧바로 의료진과 함께 산소 공급 방식을 조정하고, 필요한 치료를 시작했다.
거칠던 숨이 한결 고르게 변했고, 얼굴엔 미묘한 편안함이 스쳤다.
모니터의 규칙적인 파형보다 먼저 느껴진 숨소리,
담당 간호사와 보호자의 작은 목소리에 반응해 위험을 찾아낸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환자를 살리는 일은 극적인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고, 세심하게 살피며,
보호자의 작은 말에도 귀 기울이는 그 마음이
한 사람의 내일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내일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