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간호사로 첫발을 내디딘 지 17년째, 전담간호사로 일한 지는 6년째이다. 2016년, 전문간호사 자격을 얻으며 ‘내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지만,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연구자로서의 여정을 막 시작한 단계에 있다. 누군가는 “엄청난 커리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현장의 한 축으로서 진료지원 업무에 매일 참여하며 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설계하고 실천해온 업무들은 단순한 직장인이 아닌 나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이 글을 통해 내가 느끼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온 소소한 부분을 공유하고자한다.
첫째, 전문성-주도성-겸손함의 균형을 지키기
전문성은 임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깊이 이해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주도성은 새로운 과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제안하는 자세이고, 겸손함은 동료와 함께할 때 늘 바닥부터 귀 기울이는 태도이다. 입원전담전문의와 함께 회진을 돌며 환자의 중증도와 병태 생리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려 애썼고, 문제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 알아보고 해결하려고 했다. 또한 교수님과 논의할 때는 언제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되, 최종 결정은 존중하며 따라갔다. 이 세 가지 작은 실천으로 나는 단순히 진료보조인력에서 의사 결정의 파트너로 인식받을 수 있었다.
둘째, 아무리 바빠도 가능한 작은 성장 루틴을 만들어가기
병원 근무, 학업, 논문 작성, 육아까지… 24시간은 늘 모자랐지만,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전 출근시간을 활용해 PubMed나 Google Scholar에서 그날의 연구 트렌드를 파악했다. 회진 전 한 명의 환자라도 깊이 있게 파악하고자 했다. 내과 매뉴얼, uptodate도 찾아가면서 환자마다 핵심 이슈를 메모해두면, 회진 논의 때 훨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퇴근 전에는 스마트폰에 그날의 궁금증을 적어두고 시간이 될 때 찾아보기도 했다.
한 선배가 ‘공부를 꼭 학교에서만 할 필요가 없다. 시간날 때 학회에도 꼭 참석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주말에 남편의 도움을 받아 학회참석 및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루틴은 비록 작지만, 쌓이면서 자산처럼 키워지는 것 같았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 뿐만 아니라 임상에서의 통찰력도 키워주는 방법이다.
셋째, 진료지원 현장에서 묵묵히 쌓아온 경험을 전문성으로 발전시키기
진료지원은 언뜻 의사의 보조 역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응급상황에서 대처한 경험,연구나 질향상 활동경험들을 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 ‘성과로 인정받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누군가 정해진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몸소 겪은 경험들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이 글을 읽는 진료지원 업무를 막 시작했거나 이미 시작했지만 “나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누구인가?”라는 여러 회의감이 드는 동료간호사들을 위해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배움을 찾고 적극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