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상경력 20년 차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최근에 리더십과 관련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경력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간호 문화의 변화에 대한 교육이었다. 세대가 다른 게 아니라 시대가 다른 것이니 시대에 맞게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강의 내용이었다. 의료 환경도 변화하고 시대 상황과 환경에 맞게 변해야 하지만, 우리가 환자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본질만큼은 변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게 된 요즘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우리는 어떤 간호사가 되어야 할까?
처음 입사 후 오랜 기간을 내과 병동과 내과 암 병동에서 근무를 하였고 또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생사를 넘나드는 소생이 필요한 환자들, 도착 시 이미 사망한 환자들도 매달 수차례 보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마지막에 선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최근 들어 병동에서 근무하던 당시가 생각났는데, 암 치료를 치열하게 하고 있는 환자들, 그 옆을 지키는 보호자들, 1인실 병동에서 가족의 임종을 지키던 보호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얕은 호흡을 하며 버텨내고 있는 환자를 간절한 마음으로 한 달이라도 일주일 아니 하루라도 더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들, 애타고 간절한 모습들 속에 우리에겐 평범하게 흘러가는 지금 하루가 누군가에겐 어떻게든 버티고 지켜 내고픈 하루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때로는 싸우고 미워하고 또 원망하며 흘러 보내는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하루의 순간이란 생각이 든다. 내 한마디가, 내가 하는 한 번의 간호가 어떤 이에게는 삶의 너무 소중한 시간 일수 있을 텐데 요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게 된다. 또 우리의 손길에, 한마디에 희망을 얻고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해내어 가며 회복되어 퇴원하는 환자들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 간호사라는 직업의 소명을 가지고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고 또 입사를 하면서 직업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시작했던 20년 전의 나를 떠올려 보게 된다. 지금도 우리의 간호를 기다리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기술도 유행도 변화하고 시대에 따라 의료 환경이 변화하고 환자들, 보호자들도 이전과 달라졌다. 우리 또한 계속 변화하는 업무 환경 속에 적응하며 변화를 거듭하게 되었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본질임을 생각 한다. 변화를 쫓느라 본질, 우리의 첫 마음을 잃지 않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응급실에서 말 한마디, 태도를 가다듬고 생명에 관한 존엄성을 잊지 말자 다짐하며 처음 사명을 가지고 시작했던 눈빛과 마음으로 환자를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