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여느 때와 같이 이브닝 근무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응급실에서 신경외과 환자가 어레인지 되었고 동료 간호사가 받게 되었다.
환자 입실을 도와주었고 응급실에서 오신 중년 여성 환자분은 다행히 의식이 또렷하신 분으로 대화를 나누며 의식 체크를 하는데 그 환자분이 나를 계속 빤히 바라보며 대답을 하셨다.
속으로 ‘왜 빤히 보시지…? ’라고 생각하던 중
그 환자분이 “선생님, 여기 아직 계시네요”라고 말씀을 하시길래 어리둥절해진 나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간호사와 헷갈리셨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환자분은 정확히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내가 4년 차쯤 되었을 때 중환자실로 입원하신 신장 내과 할머니가 계셨는데 점점 온몸에 물이 차면서 폐가 손상되어 결국 돌아가신 환자분이 계셨다.
중환자실에 오래 계셨던 분 중 한 분이라 이름을 들으니 딱 기억이 났던 분이신데 알고 보니
이 할머님의 가족분이셨다.
그때 이후로 5년이 흘렀는데도 어떻게 저를 아직도 기억하시냐 놀라 물으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 케어를 잘해주어서 기억이 난다면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사실 나는 그 보호자분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퇴근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의 나는 어떤 임종간호를 해드렸을까?
많이 미숙했을 텐데 무엇이 보호자분이 잊지 못하고 기억하시는 걸까?’
고민을 하다 보니 최근 사망하신 환자분들의 마지막 간호를 내가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새 10년 차가 되었고 연차가 쌓일수록 경험이 많아지고 비슷한 일들을 겪게 되니 나도 모르게 임종간호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계처럼 마지막 인사 나누시라 보호자분들에게 말하고, 나의 업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그분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가볍게 여긴 건 아닐까..
새삼 다시 4-5년 차의 나를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업무가 미숙하기에 보호자들에게 더 세심히 설명해 드리고 하나하나 내가 놓친 건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하며 보호자들에게 다가갔던 게 생각이 난다.
누군가의 죽음이 무서웠던 나는 보호자분의 슬픔을 이해하려고 하며 충분히 인사 나누시라 시간을 드리고 같이 씁쓸해하던 기억이 나고,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보호자분들에게 환자분의 마지막 모습을 본 간호사로서 뭐라도 하나 더 가족분들께 도움이 될까 환자분의 모습을 설명했던 기억이 났다.
그제야 보호자분이 어떤 의미로 마지막 간호를 했던 나를 기억하셨는지 작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임종간호를 하던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고 앞으로 중환자실에서 계속 근무하는 동안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환자분과 보호자분들을 좀 더 세심히 보살펴드리고 후회 없는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