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캄보디아 단기 의료 선교 수기
캄보디아는 저에게 처음의 설렘이 있는 나라입니다. 대학교 시절 여러 나라를 여행 다녔지만 직장을 다니고 나서는 처음으로 떠났던 나라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연세 의료원에서 만들어진 웰이라는 단체에서 5박 6일 동안 캄보디아로 단기 의료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빼곡하게 짜여진 일정 속에서 어떻게 사역을 하면 좋을 지, 어떻게 캄보디아의 사람들을 품을 수 있을 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추억이 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로는 5시간이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하지만 거기서부터 또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서야 비로소 깜퐁쓰푸 쯔럭르싸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후, 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못다한 아쉬움들이 쌓여서 또 다시 단기 의료 선교를 통해 그 나라를 밟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고민하고 결정했던 처음과 달리 이번 여정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날마다 분주한 병동에서 일하고 있지만 잘 다녀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우리 병동 선생님들과, 따뜻한 말씀이 적힌 카드와 함께 팀원들 섬겨드리라며 후원해주신 파트장님, 또 주위에서 기도로 준비해준 고마운 분들의 마음과 함께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지만 사전 준비모임을 하면서, 짐을 같이 꾸리면서 친해진 우리 봉사 단원들은 연령도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가정의학과 교수, 피부과 전문의, 외과전문의, 병동간호사, 검사실, 수술실 간호사, 방사선 치료설계사, 학교 선생님과 간사님까지 한마음으로 캄보디아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했습니다. 직장이라는 이름으로 이 의료원이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누구보다 힘들고 궂은 일을 먼저 짊어지는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을 이렇게 삶의 터전에서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고된 업무들 속에서 저절로 늘어났던 마음속의 불평의 소리는 잠시 내려놓고 이분들처럼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환자들을,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쯔럭르싸이의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순박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쯔럭르싸이는 많은 의료팀들이 다녀갔던 곳입니다. 이번에도 하루에 백명이 넘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아가페 클리닉을 찾았습니다. 등과 엉덩이에 종기가 난 사람, 뜨거운 남국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연신 콧물을 흘리며 어머니 등에 업혀있던 아이, 쓰레기와 오물이 섞인 지하수로 인해 몸이 아픈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멀고 먼 길을 걸어 왔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한다는 말이 있듯이 준비했던 약이나 기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의료팀은 대신할 것들을 찾으며 환자분들을 치료했습니다. 사역을 다 마친 후 통계를 냈는데 진료는 총 488건, 진료 인원은 396명이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조금 못 미친 인원수였습니다. 그러나 피드백을 하다 보니 팀원들의 마음속에 한 사람 한 사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해 이렇게 작은 여유가 주어졌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 같이 해보았습니다.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에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함께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진료를 보는 동안 기다리는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학교 학생들과 벽화를 그리고, 신체검진을 하고, 잘 모르는 찬양과 춤을 현지인들과 함께하고 이 모든 것이 감사의 조건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짧았던 의료 선교의 수기를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제가 발견한 것은 간호라는 직업을 통해 저는 제 평생에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났던 사람들이 지난 날 어느 한국의 간호사를 떠올리면서 무언가 주기 위해 온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 그저 아픔을 나누었던 친구 같은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