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인해 모든 선생님들께서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계실 줄로 압니다.
모쪼록 몸과 마음의 건강부터 챙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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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소화기 내시경실의 마지막 검사 환자가 귀가 후 소화기센터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다시 그들의
근무 2막이 시작되었다. 환자들은 모두 퇴실하고 없는 소화기센터 내시경실. 썰렁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곳곳의 불이 환하고, 간호사들의 손길은 제각기 바빴다. 세칙 개정과 관련하여 회의에 참석한 간호사, 신설되는 규정에 맞춰 업무지침서와 업무 매뉴얼, 운영계획표, 컨퍼런스 자료집, 교육자료, 점검일지 등 자료들을 작성하고 점검하는 간호사, 환경작업에 주력하는 간호사 등, 제일 윗선부터 막내까지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퇴근을 미룬 채 바쁜 시간을 보냈던 곳이 바로 이 곳, 2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앞둔 우리 한양대학교병원의 모습이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 재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불안한 마음에 버려도 될 자료까지 모두 부둥켜안으려다 도리어 취해야 할 자료를 놓치고 말면 그동안 공들였던 노력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다. 분명히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던 업무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골탕 먹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누구도 쉽사리 퇴근하자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뛰고 있지만 지금 뛰는 것을 멈추면 내일은 뛰어도 따라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가장 속상했던 일은 바쁘고 지친 마음에 동료에게 상처를 남기는 가시 돋은 말을 내뱉었던 것. 내뱉는 순간 아차 싶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사과를 할 시간조차 사치처럼 여겨지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이렇게도 각박한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에 머무를 뿐, 지친 입은 결국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저 이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미안함을 만회할 기회가 오리라는 막연한 믿음만을 가진 채 말이다.
오늘의 회의는 어제의 회의를 뒤덮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날의 회의가 다시 그날의 회의를 뒤덮었다. 언제 다시 뒤덮힐지 모르는 업무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지금의 작업이 최종확정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늦도록 회의(會議)에 회의(會議)를 거듭하다 보면 돌아서는 발걸음엔 회의(懷疑)만 가득했다.
하지만 남들에겐 4년마다 치루는 평가 한 번일지 몰라도 이것이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임상현장이지만 정말 원칙을 잘 지키며 하고 있는지, 원칙이 무엇인지를 우리 모두가 숙지하고 확인하는 것. 이것을 넘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인증평가가 종료된 지금, 나는 비로소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우리 한양대학교병원은 미생에서 완생으로 조금 더 나아갔다고.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다 같이 한 발 짝 나아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