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형식이나 분량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작성하셔서 언제든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내용 중 채택된 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며,
추후 채택된 글들을 모아 책자로 발간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1.'간호사, 플러스 스토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글은 게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 한 번 응모한 글에 대해 수정은 불가하며, 원고료 지급은 연 1회로 제한됩니다.
  • 3.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채택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드립니다.
  • 4.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온라인으로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글자포인트 11, 줄 간격 160%, 분량 1~2 page이내)
신청서 다운받기 응모하기

수술실에서 건네는 따뜻한 손길과 작은 기도

“간호사 선생님, 저 너무 무서워요.”

안과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 말을 듣습니다.

백내장과 망막 수술은 대부분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습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에게 두려움은 수술 자체보다 차가운 수술실의 공기, 낯선 기계 소리, 밝은 무영등, 그리고 수술 후 마주하게 될 결과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됩니다.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의 표정에서는 긴장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저는 가장 먼저 환자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제 이름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함께할 간호사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씀드립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수님께서 수술 경험이 많으시고 오늘도 안전하게 잘 진행하실 거예요. 저희도 끝까지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많이 긴장되시죠? 금방 끝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짧은 말 한마디에 굳어 있던 환자의 어깨가 조금씩 풀리고, 긴장했던 표정이 편안해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배웁니다.

간호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돌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수술이 끝난 뒤 제가 가장 먼저 건네는 말도 비슷합니다.

“000님, 수술 잘 끝났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환자의 얼굴에는 긴장이 사라지고 안도의 미소가 번집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시는 분도 있고, 제 손을 꼭 잡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분도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환자의 회복은 수술이 끝나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환자를 만났습니다.

수술실 대기실에서 근무하던 날이었습니다. 갑상선암이 전이되어 긴 수술을 앞둔 필리핀 여성 환자가 오셨습니다. 한국어가 서툰 환자는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낯선 나라에서 긴 수술을 앞둔 두려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잠시 후 환자가 조심스럽게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Would you pray with me before surgery?”

수술 전에 함께 기도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환자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God loves you. May God's grace be with you during your surgery.”

그리고 환자와 함께 영어로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영광송을 바쳤습니다.

기도가 끝난 뒤 환자는 “Thank you so much.”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진심은 언어를 넘어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 환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특별한 위로나 거창한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저 가장 두려운 순간에 자신의 곁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줄 누군가, 그 시간을 함께 견뎌줄 따뜻한 마음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또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수술실 대기실에서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환자 한 분이 위암 수술을 받기 위해 오셨습니다. 낯선 병원, 낯선 언어, 그리고 곧 시작될 큰 수술 앞에서 환자의 얼굴에는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제게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습니다.

“Before surgery, I really want to pray.”

수술 전에 꼭 기도를 받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환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영어로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쳤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환자의 표정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굳어 있던 얼굴이 편안해지고, 기도를 마친 뒤에는 무척 좋아하시며 제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배운 작은 기도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수도 있구나.’

그리고 그때 제 마음속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졌습니다.

제가 영어로 기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구에서 Stella Maris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Stella Maris는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을 찾아가는 천주교 봉사활동입니다. 우리는 화물선을 찾아가 그곳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외국 선원들을 만납니다.

배 위에서 선원들이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거친 바다와 고된 업무를 견디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 먼 바다 위에서 외롭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작은 선물과 간식을 전하고,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기도와 위로를 건넵니다. 그 봉사활동을 하면서 외국 선원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영어로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영광송을 익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봉사에 필요한 작은 준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언젠가 수술실에서 만난 외국인 환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기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바다 위에서 외롭게 일하는 선원들을 위해 배웠던 기도가, 이제는 낯선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두 가지의 일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위에서 외로운 사람에게 건넨 기도와 수술실에서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건넨 기도.

장소도, 사람도, 상황도 달랐지만 그들이 제게 원했던 것은 어쩌면 같은 것이었습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환자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 손에 제 마음을 담아 조용히 함께 기도합니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유창한 영어가 아니어도 괜찮았습니다. 서로의 종교와 문화가 다를 수도 있지만, 두려움 앞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기도하는 마음은 통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간호는 처치와 술기만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불안을 이해하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때로는 손을 잡아주는 것.

때로는 함께 기도하는 것.

그 또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소중한 돌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수술실에서는 매일 새로운 환자를 만납니다. 이름도, 나이도, 살아온 삶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같습니다.

누구나 수술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저마다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가장 먼저 환자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이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어떤 환자에게는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온기가 힘이 될 것입니다. 또 어떤 환자에게는 함께 바치는 짧은 기도 한 편이 긴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용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간호사가 환자의 병만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몸을 돌보는 동시에, 두려운 마음을 돌보는 사람.

그리고 환자가 가장 힘든 순간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Stella Maris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작은 기도가 수술실에서 외국인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도가 된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바다 위 외로운 선원에게 건넨 작은 기도와,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던 환자에게 건넨 작은 기도.

그 모든 순간이 제게는 하나의 간호였습니다.

오늘도 저는 수술실에서 환자의 손을 잡습니다.

그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온기가 환자에게는 용기가 되고, 두려움을 이겨낼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수술실을 떠난 환자가 그날의 수술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날 내 손을 잡아주고, 나와 함께 기도해 준 간호사가 있었다.”

그 따뜻한 기억 하나만은 오래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간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간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오늘도 참 행복합니다.

환자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간호사라서, 참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는 환자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그 한마디와 작은 온기가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되기를,
그 따뜻한 온기가 환자의 회복을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