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인천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2월 2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를 통해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전남 광주에서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임신 24주 2일 만에 자궁경부 무력증으로 조기 분만의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한 명의 아기도 조심스러운 초조산 상황에서 세명의 생명을 품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곧 생명이었습니다. 산모를 최대한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해 광주119와 협력해 소방헬기가 투입됐고, 전남에서 인천 가천대 길병원까지 긴급 이송이 진행됐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MFICU와 분만실 의료진은 헬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산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응급수술과 분만에 대비했습니다. 헬기가 착륙하자마자 의료진은 미리 준비된 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고, 한순간의 지체도 없이 산모를 맞이했습니다.
MFICU, 하루라도 더 지키기 위한 시간
임신 24주에 태어나는 미숙아의 예후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의료진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단 하루라도 더, 엄마의 뱃속에서 성장하게 하는 것.'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하며 산모와 세 아기의 상태를 24시간 면밀히 관찰하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자궁수축의 위험 속에서 의료진은 모니터의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들은 의학적 처치뿐 아니라 산모의 곁을 지키며 마음까지 돌봤습니다. 불안에 떨던 산모의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이며 끊임없이 용기를 전했습니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MFICU 간호사 모두가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유지해야 했던 산모는 의료진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그렇게 1일, 2일, 그리고 또 하루.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시간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26주 3일, 세 생명이 들려준 가장 아름다운 울음
3주가 지난 2월 20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분만실 간호사들은 완벽한 팀워크 속에서 수술을 준비했습니다.
잠시 후, 수술실의 긴 침묵을 깨는 첫 번째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어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응애, 응애, 응애."
24주 2일, 소방헬기를 타고 하늘을 건너온 세명의 생명이 의료진과 산모의 간절한 노력 끝에 마침내 세상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비록 예정일보다 훨씬 이르게 태어나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향해야 했지만,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태어나준 세 아기에게 감사하며 의료진들끼리도 안도의 눈길을 주고 받았습니다.
생명을 향한 믿음이 만든 기적
가천대 길병원을 믿고 먼 길을 달려와 준 산모의 믿음, 그리고 끝없는 불안 속에서도 세 아기를 끝까지 품어낸 어머니의 용기와 모성애에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명을 향한 간절함과 의료진의 전문성이 만나 기적을 만들어낸 그 현장. 산모와 아기 곁을 끝까지 지켜낸 우리 분만실과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간호사들이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더없이 큰 자부심이자 감사입니다.
오늘도 우리 가천대 길병원 뿐만 아니라 수많은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작은 생명의 숨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