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선생님께서 계시는 하늘의 날씨는 좋은가요?
5월이 이렇게 푸르른지 새삼 아이를 낳고 일을 하게 되면서, 이제야 하늘을 볼 여유가 생긴 것인지, 푸른 하늘을 보며 멋쟁이셨던 수선생님의 기억이 떠올라 편지를 써봅니다.
제가 수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11병동을 오픈하며 2014년 봄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그 병동이 문을 연지도 10년이 훌쩍 지나고, 수선생님 하늘로 떠나신지도 3년의 시간이 되었네요. 수선생님과 병동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눈에 선한데 시간은 정말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선생님과의 이별이 이리도 빠르다면 더 찾아뵐 것을... 어리석은 저는 지금 이렇게 후회하고 있네요. 그때 저는 겨우 3년차 간호사였고 수선생님께서는 오픈병동의 수간호사로서 얼마나 짊어지신 짐이 크셨을까 15년차가 된 지금에서야 느껴지게 되네요. 오합지졸로 여기저기서 모인 간호사들이 3년이나 되었지만 책임간호사로서 환자를 봐본 적도 없었고, 더 연차 있던 간호사는 겨우 6년 남짓한 간호사로, 매우 어린 년차의 간호사들과 함께 새로운 병동을 꾸려가시는게 얼마나 힘드셨을지.. 참 감사했다는 말씀 지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병동에서 발 동동이며 환자의 이송이 밀리면 어디로 가면 되냐고 직접 휠체어도 밀어주시고, IV 라인이 안되고 밀리면 이리 가져와보라며 돋보기까지 쓰시며 직접 IV도 잡아주셨던 우리 수선생님. 회식날 이브닝번 간호사들 밥도 못 먹고 일할까 꼭 회식비까지 따로 챙겨주시며 맛있는 것 먹으라던 수선생님. 부서 특성상 임종간호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임종간호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항상 칭찬해 주시며 숭고한 일을 하고 있다며 격려해주시던 수선생님. 짧은 커트 머리가 잘 어울리시고 항상 완벽한 착장으로 멋쟁이셨던 우리 수선생님. 언제나 우리 편이셨던 수선생님인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으셨던 수선생님 너무 보고 싶습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며 수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수선생님을 이제는 얼굴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되어 조금 슬픈 마음입니다. 수선생님께서 먼저 곁을 내어주셨는데 그것도 모르고 뾰족함과 예민함 투성이었던 저는 수선생님께 다가가지 못 했던게 죄송스럽습니다. 수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우리 간호사 일 좋은 일이니 그만두지 말고 오래오래 다니라고.. 저는 그때 그 말이 그렇게 가시 돋치게 들렸는데, 아이를 낳고 일을 하다 보니 미혼 시절보다 더욱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간호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혼일 때는 그렇게 그만두고 싶더니, 이제는 또 다른 저의 정체성이며 간호일에서 행복감을 찾는 제가 되어서 ‘아, 그때 이런 심정으로 얘기하신 거겠구나’ 하며 어리석은 저는 지금에서야 그 말을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수선생님 얼굴만 보면 사직하겠다고 면담하고 그랬는데 수선생님께서 잘 다독여 주신 덕분에 저 아직 간호사로서 열심히 잘 일하고 있어서 그 감사함을 표현 드리고, 닮고 싶은 수선생님이 있다면 우리 김미숙 수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속 감사한 스승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향기로우셨던 멋쟁이 수선생님. 이렇게나마 제 작은 감사함을 표현드립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