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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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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간호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간호사를 꿈꿨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주변에는 "무조건 간호대에 갈 거야"라며 확고한 목표를 가진 친구들이 꽤 있었지만, 제 관심사는 그곳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저 성적에 맞추어, 그리고 취업이 잘 된다는 삼촌의 현실적인 권유에 따라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선택한 길이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외워야 할 방대한 지식과 낯선 용어들 사이에서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나"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반전은 병원 실습을 나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책상 앞에서는 죽은 지식 같았던 것들이 환자들의 삶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무엇보다 환자들과 대화하며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길로 복지관 봉사활동과 외국인 진료소 봉사활동을 찾아다니며, 막연했던 간호사라는 이름 위에 자부심이라는 선명한 색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감각이 저를 깨운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간호사 생활이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저는 저에게 가장 꼭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저는 환자를 간호하는 그 자체가 참 좋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의료진에게 요구사항이 많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환자, 혹은 보호자를 응대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날 선 말투와 차가운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말로 다 못 할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게 날이 서게 되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피다 보면, 제가 채워드려야 할 빈틈이 보입니다. 그 결핍을 찾아 정성껏 채워드렸을 때 비로소 그분들의 긴장이 풀리고 표정이 온화해지는 순간, 저는 간호사로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요즘은 책임간호사로서 신규 환자를 응대하고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예전처럼 환자 곁에 머무는 물리적인 시간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새로운 환자가 오면 이분이 어떤 부분을 불편해하실지, 무엇을 가장 걱정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실지 고민하며 응대합니다. 특히 퇴원이 지연되어 마음이 지친 분들을 보면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본능적으로 찾게 됩니다.

한번은 판막 시술을 받은 환자분이 정맥염으로 열이 나면서 퇴원이 미뤄진 적이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퇴원이 무산된 환자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저는 회진 사이 짬을 내어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그분의 상처 부위를 살피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으며 가만히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대단한 처치는 아니었지만, 제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다른 간호사가 정맥염 치료를 하러 갔을 때 환자분께서 "그 책임간호사가 잘 봐줘서 이제 다 괜찮다."며 환하게 웃으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한 것은 정말 작은 관심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몇 번 침상 환자'라는 번호가 아니라, ‘나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며 건네는 한 마디, 그리고 진심 어린 눈맞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대단하고 거창한 기술보다 그 한 줌의 진심이 환자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갈 힘을 줍니다. 문득 고등학생 시절의 제가 기록해둔 문구를 떠올려 봅니다. '기독교적 봉사정신을 가진 전문지식인'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몰랐던 열아홉의 제가 무심코 적어 내려갔던 그 한 줄의 문장이, 지금 환자의 손을 잡고 있는 저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저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진짜 간호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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