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같은 환자분을 여러 번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환자 한 분 한 분의 성향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며칠 전 다른 병동에 입원해 계시던 40대 대장암 여자 환자분이 저희 병동으로 항암 치료를 위해 이실을 오셨습니다.
다른 암 투병 중인 고령의 환자분들에 비해 젊고 비교적 건강 상태도 좋으셨으나, 항상 어머니와 함께 입원하시며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한 분이었고, 예민하신 부분도 있어 늘 마음을 쓰게 되는 환자분이었습니다.
이실 직후 환자분께서는 옆 병상 환자분의 대변 냄새 때문에 같은 병실에 있기 어렵다며 불편을 호소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장루를 가지고 계신 환자분이며 연세가 있어 관리가 잘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드리며 양해를 구했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장루에서 대변이 새어 나오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사실 담당 간호사로서 먼저 발견했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대변을 치워드리고 장루를 새로 교체하며 주변을 정리해 드렸고 해당 환자분을 더 쾌적한 다른 병실로 옮겨드렸습니다. 냄새로 인해 병동 전체가 불편했던 상황도 함께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불편을 호소하셨던 그 환자분은 연신 “제가 유난히 예민해서 간호사님을 고생시켜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저는 그분 덕분에 미처 제가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퇴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그 환자분과 다시 마주쳤습니다.
퇴근하냐고 묻던 환자분은 저를 찾고 있었다고 하시며 “잠깐만 기다려달라”라고 하시더니 어디론가 급히 다녀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작은 롤케이크 하나를 제 손에 쥐어주시며 “정말 감사했다”라고 꼭 받아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잠시나마 그 환자분을 ‘예민한 분’으로만 바라봤던 제 시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한 일은 그저 제 역할을 다한 것뿐이었지만 그 진심은 결국 환자분께 닿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저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처치를 하는 역할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작은 배려와 진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 환자분의 몸과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시간이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날의 작은 순간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