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유튜브나 뉴스에서 사람이 쓰러진 응급상황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언젠가 내 앞에도 그런 순간이 닥친다면, 나 역시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나설 수 있을까?' 하고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막연한 궁금증이자 다짐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주말 낮, 상상은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여름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횡단보도 앞 보도블록 위, 한 사람이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한 찌든 내와 지독한 구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멀찍이 서서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막상 상황이 닥치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임신 중기, 작은 냄새에도 속이 뒤집히고 몸을 가누기 힘든 시기였지만, 바닥에 방치된 생명을 모른 척할 순 없었습니다.
남편의 걱정 어린 만류도 잠시,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무거운 배를 안고 바닥에 웅크려 앉아 환자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다행히 맥박은 뛰고 있었고 호흡도 일정했습니다.
우선 기도를 막고 있는 구토물을 맨손으로 빠르게 치워낸 뒤, 환자가 편안히 숨 쉴 수 있도록 몸을 똑바로 눕혀 회복 자세를 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119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드디어 무관심하던 공기가 깨지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무리하게 몸을 숙인 탓인지 배가 당겨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저는 주변 분들에게 뒷마무리를 부탁한 채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습니다. 멀어지는 길 뒤로 구급 대원들에게 둘러싸인 환자의 모습을 보며 안심했습니다.
이 일은 저 혼자 해낸 것이 아닙니다. 함께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 준 시민들, 그리고 신속히 달려온 구급 대원들이 모두 함께 일궈낸 기적이었습니다.
비록 아무도 모르는 저 혼자만의 선행일지라도,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낸 찰나의 용기가 누군가의 세상을 다시 숨 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그날의 벅찬 떨림은 훗날 마주할 아이에게 들려줄, 세상에서 가장 당당하고 아름다운 엄마의 첫 고백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