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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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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내가 배운 간호

산부인과 병동에 부임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아직 병동의 흐름을 익히느라 하루하루가 분주하던 때, 한 분의 자궁암 환자분을 만나게 되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이어가던 중 뼈 전이가 발견되었고, 긴 치료 끝에 환자와 가족은 호스피스 병동으로의 전실을 결정했다. 중환자실에서 수없이 임종을 지켜본 나였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분의 병실은 늘 조용했지만 이상하리만큼 포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곁에는 늘 남편이 상주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잠시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환자분은 답답한 듯 잠깐 정원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휠체어를 밀어 병원 정원으로 향했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환자분은 가족 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셨다. 주말마다 아들딸이 찾아와 부모님이 외롭지 않게 함께 저녁을 먹고, 때로는 여행도 다녔다고 했다. 병이 깊어지며 더 이상 밥을 해주지 못하게 되자 며느리는 외식을 하자고 하거나 직접 음식을 준비하며 걱정 말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 말을 전하실 때마다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자랑이라기보다, 가족을 향한 깊은 신뢰와 고마움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곁을 지키는 남편 역시 언제나 미소로 간호하는 모습이 보호자라기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분은 혼자 남겨질 남편이 걱정이에요.”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자신의 고통보다 남겨질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무심코 저는 며느리로서 시어머니께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환자분은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보아하니 충분히 잘하고 있을 사람이에요. 그런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요.”

그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위로를 드리러 간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는 늘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치료를 이어가는 일을 간호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분을 통해 깨달았다. 간호는 단지 삶을 연장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죽음을 앞두고도 담담히 삶을 정리하며 가족에게 사랑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환자분은 이미 충분히 준비된 모습으로 나에게 삶의 태도를 가르쳐 주고 계셨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향하던 날, 병실에는 고요한 평온이 내려앉아 있었다. 슬픔보다 감사와 사랑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름다운 이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간호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지만, 어떤 만남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분은 내게 간호의 의미를 다시 묻고 다시 세워준 사람이다.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간호사로 남겠다고. 그 다짐은 지금도 나의 간호를 이끄는 조용한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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