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형식이나 분량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작성하셔서 언제든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내용 중 채택된 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며,
추후 채택된 글들을 모아 책자로 발간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1.'간호사, 플러스 스토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글은 게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 한 번 응모한 글에 대해 수정은 불가하며, 원고료 지급은 연 1회로 제한됩니다.
  • 3.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채택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드립니다.
  • 4.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온라인으로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글자포인트 11, 줄 간격 160%, 분량 1~2 page이내)
신청서 다운받기 응모하기

죽음을 돌보는 자리에서 삶을 배우다.

 

나는 31년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이다.
근무 부서는 신생아중환자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그리고 현재의 완화의료병동이다.

근무 연수에 비해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삶의 시작과 삶의 끝을 모두 마주해 온 간호사라는 생각이 든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고위험 신생아들을 돌보며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경이롭고도 치열한 과정인지 배웠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는 삶의 굴곡 한가운데에 서 있는 환자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강인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완화의료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완화의료병동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었지만, 동시에 애써 외면해 왔던 주제였다.

나 자신의 죽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임종을 앞둔 환자 곁을 지키며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역할을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무엇보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 환자와 가족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마지막 시간을 방해하지는 않을지, 그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그러나 완화의료병동에서의 시간은 내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결국 우리는 모두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 질문은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라는 사실이었다.

완화의료병동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간호는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주며, 가능한 한 평안한 이별을 맞이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환자와 가족을 돌보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얼마나 큰 평안을 주는지를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특히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한 가족이 있다.
49세의 뇌종양 환자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삶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었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이는 얼굴이 닮아 친정어머니로 착각할 만큼 헌신적인 시어머니였다. 하루 24시간 말없이 환자 곁을 지키는 모습은 간병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사랑이었다.

휠체어를 탄 남편은 거의 매일 병동을 찾았고,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들은 부모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임에도 놀라울 만큼 의연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간호사로서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보다, 한 가족의 삶을 조용히 목격하고 있다는 감정이 더 컸다.

환자가 임종한 뒤, 무릎 관절이 아파 절뚝이는 걸음으로 손자의 손을 잡고 병동을 다시 찾아온 시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여기서 입원해서 참 편안하게 갔어요. 가족들과도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었고요.”
그분은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간식과 음료를 건네주셨다. 위로받아야 할 순간에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던 그 모습 앞에서, 나는 간호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후 사별가족대모임 행사에 참여하신 그분의 모습은 슬픔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용기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가족이었다.

 

완화의료병동에서의 간호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이별 앞에서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 나는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자와 가족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나는 오늘을 더 소중히 살아야겠다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따뜻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배움을 허락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요즘 들어 더욱 생각이 든다.

 

오늘도 죽음을 돌보는 자리에서 나는 삶을 배우고 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