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상이 암 환자에게는 귀한 삶의 순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가 주사를 놓기 위해 잡은 환자의 손이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치유의 손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오늘도 저는 이 손을 잡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생리휴가조차 쉽게 나오지 않는 가운데, 학업을 한다는 이유로 귀한 휴가를 기꺼이 나눠주신 동료들. 그 감사함을 생각하면 제가 어찌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에게 그 하루의 휴가는 한 달을 기다려온 단비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것임을 잘 압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로는 이 마음을 다 담아낼 수가 없습니다. 고마움을 온전히 담아 글을 적으려 해도 표현이 역부족하기만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짧은 영상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응원해 주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바로 다이어트와 공부야. 그건 누가 한다고 하면 다들 도와줘."
아! 맞습니다. 물론 이러한 말이 학생 때 더 적합한지도 모르겠지만, 저 역시 가진 재주라 함은 '열심히', '꾸준히' 이러한 소박한 단어들뿐인데요. 그런 저를 또 어여삐 여겨주시는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뭐가 대단하다고...' 부모님께 받은 과분한 사랑도 다 갚지 못할 것 같은데, 또 이런 귀한 기회까지 우리 선생님들이 제게 나눠주셨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인연과 관계 속에서 덜 다듬어진 목석같은 저를 보석처럼 빛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저에게 간호의 길을 열어주신 분들이십니다.
제 이름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어찌 좋기만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 시간의 굴레 속에서 저 자신을 바르게 만들어준 인연들,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게, 실수를 실수로만 그치지 않고 밑거름으로 삼아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인연들이었습니다. 그 인연들이 지금까지 저의 손을 귀한 손으로 만들어주셨고, 저의 손이 하느님의 치유의 손을 대신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바르게 20여 년을 간호할 수 있게 해주신 그 시간들,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6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체력이라는 것을 우습게 여긴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얼굴은 붓고 엉덩이는 헐며 하루에 1kg씩 살이 빠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B형 독감 병가로 또다시 한 해의 빚을 선생님들에게 지고 시작했습니다. 아마 저는 평생 이 빚을 다 갚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삶이 역시 제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펄펄 열이 나도록 알려준 이 병을 겪으며, 다시금 다짐합니다.
하느님의 간호의 손이 되고자 하는 저는 오만 방자한 '방자'가 아닌, 어려운 곳에서 힘이 되고 빛이 되는 고운 사람, 최고로 고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간호인으로 남겠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비실거리면서 학교 다닌다고 애쓰는 저를 따뜻하게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이 감사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최선을 다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