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은 언제나 병실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특히 20대의 젊은 환자에게 ‘유방 수술’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신체적 변화와 정체성,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함께 짊어지게 한다.
내가 만난 그 환자 역시 20대 초반의 유방섬유선종 환자였다.
의학적으로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질환이었지만, 환자의 표정과 말투에서는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말 괜찮을까요?”, “흉터가 많이 남지는 않겠죠?”,
짧은 질문들 속에는 ‘혹시라도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반복해서 묻어 나왔다.
담당 간호사로서 나는 수술 전 절차와 회복 과정, 통증 조절 방법 등을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나 그날의 환자에게는 정보보다 마음을 다독여 줄 무언가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20대 때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순간 환자의 눈이 나를 향해 조금 더 크게 열렸다.
나는 간호사 이전에, 같은 나이대에 같은 ‘수술대에 누웠던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나누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느꼈던 긴장, 마취 직전의 두려움, 그리고 생각보다 잘 회복되었던 과정까지 과장하지도, 가볍게 넘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전했다.
그러자 환자의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간호사님도 겪어보셨다면… 조금 안심이 돼요.”
그 말 한마디는 내가 제공한 어떤 의학적 설명보다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 이후 환자는 수술 전날까지도 나를 볼 때마다 먼저 인사를 건넸고,
불안한 순간이 오면 “괜히 걱정되는 마음이 들면 간호사님 말 떠올려볼게요”라며 웃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회복 과정 또한 순조로웠다.
며칠 후 환자가 퇴원하면서 남긴 한 장의 친절 직원 칭찬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에는 ‘간호사님의 경험을 나눠주신 말 한마디가 제 불안을 크게 줄여주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간호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간호는 단순히 처치를 수행하고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다.
환자의 가장 약한 순간에 곁에 서서,
“당신의 두려움은 당연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때로는 나의 경험과 진심이 가장 효과적인 간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환자를 통해 배웠다.
앞으로도 나는 환자 앞에서 늘 전문적인 간호사이자,
필요하다면 자신의 경험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서의 간호사로 서고 싶다.
나의 작은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며,
오늘도 환자의 불안 곁에 조용히 함께 서는 간호사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