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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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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오로라, 간호를 사랑하게 되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면서 누구나 그렇듯, 일 잘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신규간호사 시절, 그 일잘하는 간호사는 너무 먼 이야기같았다. 뭔가 하나는 꼭 빠뜨리는 서툰 간호사였다. 시간이 흘러 나는 25년차 간호사가 된 지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환자와 투석 환자를 돌보며 섬망이 오지는 않는지 늘 살피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친절한 간호사, 일 잘하는 간호사를 넘어 그 이상의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러한 생각들이 박사과정을 시작하도록 나를 대학원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간호를 직업이 아닌 사명으로 다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두시간마다 position change를 하고 오후에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땀이 온 몸을 적시는 한여름에도 비닐가운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가 학교에 간 어느날 오후, 무력감이 나를 짓누를 때 우연히 2025 ICN 국제간호사 총회를 홍보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오로라의 나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문구가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나의 논문 초록을 영어로 요약하고 여러 가지 신청 서류들을 메일로 발송한 후 찬바람이 불던 날, ICN에서 나의 논문이 포스터 발표로 채택되었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간호사로서 살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ICN 참가를 준비하며 분주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힘든줄 몰랐다. 포스터를 만들고 3분 발표 음성녹음파일을 수십번 연습했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며 영어로 명함도 만들어보았다. 준비 과정 자체가 기쁨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기쁨이라기 보다 내가 속한 간호본부의 기쁨이기도 하였다. 병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썼던 논문 포스터가 발표된다는 축하를 받으며 나는 핀란드로 향하였다.

 

1925년 핀란드에서 ICN이 개최된 후 100년만에 다시 헬싱키에 온 세계 간호인들이 모였다. “Nursing power to change the world”라는 주제와 함께 개막식이 진행될 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137개국, 8000명 이상의 간호인들이 모인 축제였으며 전쟁 중인 나라에서도 참가하여 모두의 박수를 받았는데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돌봄이라는 공통 언어로 전세계 간호인들이 한 곳에 모여있음에 가슴이 울컥했다. 특별히 간호계의 큰 별 김모임 박사의 장학금 수여식에서는 코로나 대혼란의 시기를 잘 감당한 한국의료계를 대표, 대한간호협회가 수상하여 한국 간호가 세계 중심에 있음을 실감하였다. 둘째날부터는 각 강의실에서 임상연구를 발표하고 질문하는 시간과 주제강의, 토론 등이 이루어졌고 초음파로 영상보기, CPR시뮬레이션 실습을 할 수 있는 Class에 별도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오후엔 휴가를 내어 같이 동행한 남편과 헬싱키 시내를 투어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노을을 보며 핀란드의 맑은 공기와 선선한 여름 밤의 여유를 맘껐 누렸다. 그때 알게 되었다. 오로라는 겨울에만 볼 수 있지만 진짜 오로라는 내 마음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그 곳에서 많은 임상연구들을 들었는데 그 중 핀란드 중환자실의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섬망에 대해 연구하던 중 환자들에게 최적의 수면을 제공하고자 집에서 사용하던 베개나 이불등을 가져오게 한 사례이다. 내가 있던 중환자실도 섬망, CAM-ICU에 대해 논문을 진행중이었기에 환자의 수면 환경까지 세심히 배려하는 그들의 연구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연구는 논문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환자의 회복을 돕는 실제 변화여야 함을 깨달았다. 친절한 간호사, 일 잘하는 간호사를 넘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임상연구를 하며 그러한 내용을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핀란드 ICN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들을 소생시켜주었다. 박사과정 중에 지친 나 자신에게,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나의 논문에게,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던 간호에 대해 ~’ 하며 새 호흡을 불어넣어 주었고,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묵묵히 지금의 자리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도 좋다는 싸인을 주었다. 나는 오늘도 중환자실의 작은 오로라가 되어, 환자와 동료의 곁을 비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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