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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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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달리기

저는 신속대응팀 간호사입니다.

저의 역할은 악화되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급성 악화를 막고, 심정지를 예방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정지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위급한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럴 때마다 저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곤 합니다.

 

신속대응팀에서 근무하면서 저는 일상의 소리에도 늘 예민해져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언제 어디서 환자가 위급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올지 몰라 긴장이 온몸을 감쌉니다. 병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 방송 소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드블루 라는 단어가 들려오는 순간, 머릿속은 순식간에 하얘지고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남습니다.

지금 당장 뛰어가야 한다는 것.’

 

얼마 전 근무 도중 갑작스럽게 병동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환자 의식이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짧은 요청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긴박함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장비를 챙겨 병동으로 달려가는 순간, 병원 전체에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코드 블루, 코드 블루, ○○병동 호흡기내과

바로 제가 향하던 그 병동이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반드시 환자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다짐이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았습니다.

병동으로 달려가는 동안, 마주치는 내원객들은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고, 복도에서는 길을 비켜주는 모습에서 깨달았습니다.

이 병원 안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명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

그 마음들이 모여 저를 더 강하게 앞으로 밀어주었습니다.

 

병동에 도착했을 때 환자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곧바로 도착한 의료진들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팀원들과의 호흡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았습니다.

 

에피네프린 투여하겠습니다.”

“Intubation 시행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러나 단호하게 움직였습니다.

가슴 압박, 제세동, 약물 투여가 이어졌고, 2분마다 돌아오는 리듬과 맥박 확인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리듬 확인하겠습니다.”

순간, 병실 안은 숨소리조차 멎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모두에게는 영원을 버티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그리고,

제 손끝에 미세하지만 분명한 박동이 전해져 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벅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ROSC 되었습니다!”

 

굳어 있던 표정들이 하나둘 풀리며, 모두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져갔습니다.

짧지만 깊은 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고, 그제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 온몸에 감돌던 긴장과 무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모든 의료진의 손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생명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마음 깊이 안도하며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환자는 신속히 중환자실로 이송되었고, 그 순간의 감동은 오래도록 우리 마음 속에 남았습니다.

 

신속대응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지만,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방송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저는 여전히 긴장합니다. 그 소리들이 언제 또 어떤 생명을 향한 출발 신호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생명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고, 환자가 다시 살아났을 때의 성취와 감사는 언제나 처음처럼 마음을 울립니다.

모든 심정지를 막을 수는 없다는 현실이 늘 제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라 믿습니다.

 

저는 내일도 또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해 환자를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코드블루 방송이 울려 퍼질 때마다, 저뿐 아니라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입니다.

 

환자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그리고 신속대응팀 간호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명을 지켜가기 위해

저는 오늘도, 내일도, 흔들림 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임새봄2025-10-25
생명을 잇는 달리기,  그 발걸음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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