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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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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에밀리 디킨슨의 이 시를 고등학교 때 접하곤, 이 시가 나의 인생철학이 되었다. 간호사가 되는데 이 시의 역할이 있었으리라.

23년 차 간호사로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때때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 이 시를 다시 읽어보곤 한다. 하지만 밀려드는 업무와 현실에 지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에 감사를 잊고 나 또한 힘들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최근 젊은 암 환자가 많이 늘고 있다.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진행된 암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절망하는 경우를 볼 때면 나도 마음이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 같은 의정사태로 혈액종양내과 예약이 힘들 때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이나 위로할 길이 없다.

 

앳된 얼굴의 여자 환자가 외래 진료방으로 들어왔다. 신환으로 처음 만나는 교수님께, 보자마자 "저 너무 무서워요" 하며 얼굴을 감쌌다. 타 병원에서 이미 상황을 듣고 왔나 보다. 남편은 억장이 무너지는 얼굴을 하고 환자 뒤에 서서 말없이 손을 떨고 있었다. 폐암 4, CT를 열어보는 교수님의 얼굴에 당황스러움과 수심이 깊이 드리웠다. “수술은 어렵겠는데요...” 교수님이 말 끝을 흐리신다. 무슨 위로가 필요하랴. 간호사로서 내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빠른 치료를 위해 혈액종양내과 외래를 잡아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것만이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붙잡아 주는 일이었으리라. 그런데 아뿔싸, 당일 추가는 꿈도 못꾸고, 타병원에서 진단받은 신환은 대기가 너무 밀려서 예약 불가라는 답변이 날아왔다.

폐암 4기를 진단받은 그녀에게는 설명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나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상황이 환자와 가족은 어찌 이해가 가겠는가... 좋은 직장동료로 직장 내 나의 평판을 생각해서 다른 과 동료들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환자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예약이 안되는 걸 잘 설명해서 돌려보내야 하겠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과와 예약실에 절절한 사연을 설명하며 사정하고 간절히 요청해서 결국은 기적을 만들었다. 다음날로 예약을 해준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모른다. 본인의 괴로움에만 깊이 빠져서 주변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지, 이게 어떻게 얻은 행운인지... 하지만 생색내는 것 같아 그 마저도 미안해서 조용히 예약을 설명하고 보냈다. 치료 잘 받아 꼭 완치되길 바란다고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오랜만에 이 시가 떠올랐다.

"요즘 번아웃인가, 나이 탓인가?" 하며 지치고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 되는 일을 결국 해주신 내과 예약해준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내적 친밀감과 동료애도 느끼게 되고, 젊다기보다 어린 그 환자를 도울 수 있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환자가 이런 비하인드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그 남편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진정한 위로는 말에 있지 않다.

간호사로 걸어온 길과 앞으로도 계속 또 걸어갈 길에 내가 만일,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위로가 된다면,

비록 이 길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지라도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내 간호의 끝에 위로가 가득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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