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났고,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간호사라는 직업의 깊은 의미를 매일같이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는 제 간호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고, 지금의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중증 뇌출혈로 응급수술 후 의식이 없던 50대 남성 환자였습니다. 입원 초기에는 혈압과 호흡 양상이 불안정하여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보호자들의 불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면회가 제한된 상태에서 보호자들에게 환자 상태와 치료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였고 보호자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환자에게 들려주며 의식이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이러한 마음들에 보답이라도 하듯 환자는 얼마 되지 않아 부름에 눈을 뜨며 회복했고 후에는 재활 치료를 위해 일반 병실까지 이실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제가 수행한 모든 간호 하나하나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고,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이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반면, 지금도 마음 깊이 애틋하고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연도 있습니다. 젊은 여성 환자가교통사고로 인한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긴급 수술 이후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여러 차례 뇌압 상승과 호흡기 합병증으로 상태는 악화되기만 했고, 면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보호자분들은 면회가 가능할 때마다 환자의 곁에서 회복을 바랐으나, 그 후 몇 주가 지나도 환자는 깨어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을 함께했던 간호사로서 저 역시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지켜내지 못했 다는 무력감과 슬픔은 간호사로서의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저에게 간호사의 진정한 역할이 단지 치료와 처치를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와 가족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버텨주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간호는 곧 사람을 향한 직업이며, 인간의 가장 힘든 순간을 곁에서 지키는 일이기에 언제나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손길, 그리고 끝없는 인내심이 요구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환자의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을 유지하고, 두려움과 불안 속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기계적인 간호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간호를 실천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숙련된 기술을 익히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늘 배우고 성장하며 인간적인 간호를 실천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까지 돌볼 수 있는 간호사로 성장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회복 뒤에는 수많은 작은 손길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