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간호사로 병동에 첫 발을 디뎠을 무렵, 저는 1인실 환자분을 맡게 되었습니다. 환자분은 중환자실에서 회복 후 병동으로 전동되신 상태였고, 늘 곁을 지키는 따님 보호자 분과 함께 병실에서 찬송가를 조용히 부르시며 일상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교수님조차 “이렇게 회복되신 건 정말 기적이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셨습니다.
당시 저는 모든 게 서툴고 긴장감 가득한 신규 간호사였지만, 그분들은 항상 따뜻한 미소로 저를 맞아주셨고, 병실 안은 환자와 보호자의 평온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환자분과 보호자분은 저에게 ‘간호’라는 일이 단지 의학적 처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 다시 만나게 된 그 환자분은 기관절개 상태에 전신 부종이 심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장기적인 치료 끝에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전동되셨지만, 이제는 침상에 누운 채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보호자 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저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환자분은 한 달 간격으로 재입원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 저희 병동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중환자실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고. 더 이상 병동에서 뵐 수 없게 되어 마지막 인사를 드리던 순간, 보호자분께서 제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 “엄마의 건강했던 마지막 모습을 함께 기억해 주는 선생님이 있어서… 간병하는 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는 간호사로서의 제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그분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저 역시 그 환자분을 잊지 않을 것이기에, 그 말은 제게 간호사로서 걸어온 길에 대한 가장 값진 격려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간호란 단순한 처치나 회진의 연속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의 삶 속에서 ‘함께했던 존재’로 남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회복만이 전부가 아닌, 마음을 나누고 기억을 공유하며 그분들의 삶의 한 장면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간호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간호사로서, 환자의 삶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고, 그 소중한 시간을 기억해주는 존재로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