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8시간 근무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참 안타까운 환자들이 수없이 많다.
이분의 경우 hip fracture로 local 에서 OS 수술을 받은 뒤 폐렴 증상이 악화되어 우리 병원으로 전원 되어 온 환자분이다.
폐렴으로 saturation 유지가 안되었기에 입원 시부터 모니터를 달고 항생제를 투약, IV를 잡으려 알코올솜으로 팔을 쓰윽~문지르는데.. 그 뚝뚝 떨어지는 각질들과 하얀 알코올솜이 검정색으로 변하는 순간. 아...할말하않.
그 이후에도 모든 contact의 순간들에는 환자의 떨어지는 각질과의 싸움의 시간들이었다.
물론 보호자분(부인)은 매일 물 없이도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로 머리를 감겨주고, 손을 닦아준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일반 병동이고, 일반 병동에서 CPR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병동이며 ICU에 가장 환자를 많이 보내는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루틴으로 혹은 추가로 해야 하는 처치들과 투약들, 쏟아지는 검사들 그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 응급상황 속에서, general personal hygeine까지 손대고 싶어도 손댈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그저 보호자에게 잘 씻겨주시고 있는지, 잘 씻겨주셔야 한다고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을.
요 며칠전부터 수선생님이 계속 “저분을 목욕을 시켜야 할 텐데..”라고 꿍얼거리시는 것을 들었다.
금요일.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 조용한 상황이 잠시 생겼다.
“해요~선생님, 우리 목욕요!”
나도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CARE의 CORE는 가장 인간적인 HUMAN TOUCH부터 시작한다.
나이팅게일도 크림전쟁 시 많은 사상자를 살릴 근거가 뭐가 있었겠느냐. 처음부터 CARE는 가장 인간적인 부분부터 시작인 것을 데이터를 모았을 뿐이다.
환자를 스트레쳐 카에 실어서 샤워실로 데리고 왔다.
머리를 샴푸로 몇 번을 감겼는지 모른다.
떡진 머리는 절대 한 번에 풀어지지 않는다.
finger enema보다 더 하다. glove를 몇 번이나 바꿔서 해야 했다.
머리를 감긴 후 몸통을 닦는데 갑자기 환자가 소리쳤다.
“아, 이제 살았다”
평소에는 정말 죽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얼굴이 다 들어있고, 말도 안 했으며 그저 아프면 “염병할”만 외쳐 되던 분이라 우리는 너무 놀랐다.
“네?”
3초의 정적
그리고 환자는 말을 안 하셨다. 그러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 환자의 그 얼굴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정말 산 것 같은. 살아낸 것 같은.
우리는 그날 샤워실에서 경희 워터파크를 만들었다.
환자분은 물로 각질을 벗겨내느라,
우리는 환자가 체온조절이 안될까 봐 따뜻한 물로 씻기느라, 물인지 땀인지 분간이 안되는 워터파크로.
또한 우리가 얼마나 젖었는지 퇴근 전까지 질척질척 신발에서 물이 나와 걸어다니는 동선마다 한동안 워터파크로 변하였다.
그래도 청소 여사님도, 우리 모두도 누구 하나 뭐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웃으며 “죄송합니다. 물이 나와서” “괜찮습니다. 이런 물은 기분 좋게 닦아요”가 스테이션에 계속 울려 퍼졌다.
죽을 날만 기다리던 얼굴의 환자분이 이제 살았다고 외치는 순간.
이런 순간이 간호의 CORE가 아닐까.
나는 AI가 극대성할 앞으로의 사회에서 간호의 본질은 가장 인간다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간다운 TOUCH.
그것이 간호의 본질이며, 핵심이다.
이런 간호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 간호 업무영역이 보다 적절한 수가를 받아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고 감동이 될 수 있는 간호가 되어야 한다.
간호는 service가 아니다.
전문적인 간호는 가장 환자에게 적절한 general personal hygeine부터 시작하여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통찰하며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왜, 언제부터 우리가 간호의 본질을 잃어버렸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경희 워터파크’
다음에는 나도, 나의 후배들도 분명 재개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믿음 덕분에, 환자분 뿐만 아니라 우리도 너무 상쾌한 금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