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_table=nstory&wr_id=490 병원간호사회 본문으로 이동

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형식이나 분량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작성하셔서 언제든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내용 중 채택된 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며,
추후 채택된 글들을 모아 책자로 발간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1.'간호사, 플러스 스토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글은 게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 한 번 응모한 글에 대해 수정은 불가하며, 원고료 지급은 연 1회로 제한됩니다.
  • 3.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채택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드립니다.
  • 4.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온라인으로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신청서 다운받기 응모하기

당신, 곁에 있을게요.

 

간호사의 손길에서 깊은 인간적 공감과 치유의 온기가 채워지다.”

 

저의 이야기는 격리 병동의 문턱을 갓 넘었을 무렵 시작됩니다. 신입 간호사의 마음으로 부서 이동을 한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학습은 잠시 내려 놓고, 새로 배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짧은 기간이기에 병동의 햇병아리 간호사의 곁에 머물렀던 모든 환자와의 추억 모두가 소중하지만, 여기에서는 두 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동은 밖에서는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난 COVID-19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COVID-19에 감염되고, 그로 인해 기존 질환의 악화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많은 불안과 초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자를 돌보는 병동 간호사들의 행위나, 이 병동의 환경 등이 내 눈에는 마치 마지막 요새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너무나도 존경스러웠고, 자연스럽게 저 역시도 그들을 꼭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A 환자는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준비하던 중 COVID-19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어, 이 병동으로 전날 밤 급하게 전동을 오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환자에 대한 인계를 받았는데, 환자가 많이 예민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을 전달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직접 만난 환자는 인계 내용과는 달리, 다행히 평온해 보였고 의료진을 특별히 경계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활력징후가 불안정하지도 않았고, 섬망이나 의식 수준이 변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COVID-19 확진 시 주로 관찰되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폐의 상태 등이 특히 나빠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1시간에 한 번씩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가면서, 환자와 가벼운 인사나 안부 등을 확인하는 정도의 소통만 하던 중에 환자가 계속해서 보고 있던 TV를 끈 채로 멍하니 앉아 계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인계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지금까지 보였던 환자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잠시 환자에게 다가갔습니다. 햇살은 참 따뜻한데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추웠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그의 기분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찰나의 서글픔이 지나갔습니다. 더 뭔가를 묻지 않은 채 잠시 그의 손을 잡은 채 다독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침묵이 흐르고 난 뒤, “너무 갑자기 병동을 옮기게 되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라고 그의 마음에 위로를 건넸습니다. 여전히 조용하고 차분한 그는 잠시 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던 병실에 COVID-19 환자가 나와서, 다들 조심하고 있었어요. 사실 누구 잘 못을 따지는 게 무든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열이 났어요. 다음 날이 퇴원인데원래대로라면 오늘 집에 갔어야 되는데정말 조심한다고 했는데, 막상 내가 확진 되었다고 하니 참 원망스럽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옆에서 저 들으라고 저 병균덩어리 빨리 치우라하는데, 너무 울컥하는 거죠. 나는 다 이해해보려고 하고, 잘 참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속상한 거에요. . 진짜 어제는 정말 너무 속상했어요. 다음 번 항암도 준비해야 하는데, COVID-19 때문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또 여기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늘 같이 있어 주던 보호자도 함께 있지도 못한다고 옮길 때가 되어서야 말을 해주고, 뭔가 다 엉망이 된 것 같아서정말이지많이 속상했어요. 밤에 잠도 안 오고, 정말 생각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15분 남짓한 시간! 저는 그저 그의 말에 공감하며, 조용히 들어 드렸습니다. A 환자가 느꼈을 억울함, 서운함, 분노 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온 마음을 다해 들어 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이전의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가졌던 무형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A 환자와의 시간은 단순한 말의 교환을 넘어,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저에게는 정말 귀중한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세상에제가 제 이야기만 하느라 바쁘신 선생님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어요.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도 힘내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긴 넋두리를 들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향해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그저 괜찮다고 말했던 그 전의 시간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단순히 환자의 질병과 연관된 증상을 보고, 그 문제들이 해결될 때마다 간호사로서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과거와는 달라진 저를 느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단순한 말의 교환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간호사로서 제 역할은 환자의 신체적 치유를 넘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 너머의 감정이 제 마음에 와 닿으면서 비로소 저는 그들의 곁에 있어 주는 간호사가 되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B환자는 병동에서도 꽤나 중환자였습니다. 평소 폐 기능이 악화되어 1년이 넘는 시간을 병원에서 산소치료에 의지하며 지내다, 겨우 폐이식을 받고, 일상으로 복귀해 잘 지내오던 중 갑작스러운 COVID-19에 감염되며, 급속하게 폐 건강이 악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고도의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HFNC(High Flow Nasal Cannula)를 통해 가쁜 호흡을 온 힘을 다해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겨오면서 경험했던 죽음에 대한 불안이 환자를 덮쳐왔고, B 환자는 불안을 넘어 공포와 마주한 채로 누워있었습니다. HFNC 기계의 특성상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정확한 산소량을 폐 깊숙이 전달할 수 있음에도 공포에 질린 환자는 자꾸만 얕고 빠른 숨을 내쉼으로써 호흡곤란의 악화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3일의 연속된 밤근무 동안 그를 돌보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그의 방에서 함께 있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코로 깊이 호흡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고 이 전에도 잘 견뎌 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를 응원했습니다. B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안심과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곁을 떠나야 할 때는 불안하시거나, 힘이 들 때는 언제든 콜벨을 눌러 저를 찾으세요. 당신이 필요한 순간에 항상 곁에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항상 건네고, 그의 손에 콜벨이 닿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간호사는 24시간 내내 환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키고 있음을 확신시켜 드림으로써 안심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3일차가 된 밤에 그는 첫 라운딩에서 인사를 건네는 나에게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렸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병동에서 들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를 안심시킬 수 있는 능력은 그분이 저에게 선물한 것 같았습니다. 그 말에 저는 서툴지만 정확한 간호를 제공하려고 더욱 노력하게 되고, 환자에게 더 좋은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환자를 간호했고, 환자는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UM 님의 말씀 중 환자의 곁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야 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우리는 환자의 곁에 있어줘야 합니다.” 이 말은 병동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저에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병동에서 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환자 뿐 아니라 많은 환자를 돌보는 경험들과 UM 님의 말씀이 함께 어우러져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신체적 문제의 해결, 증상의 호전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는 달리, 그들의 감정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마음상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되고, 그들의 모든 것에 진정으로 공감하고자 그들에게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Rapport 즉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관계가 잘 형성된 사이에서의 이해나 공감은 환자를 얼마나 안심시킬 수 있는지를 매번 몸소 느끼게 됩니다. 환자와의 진심 어린 대화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목격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환자들과 보낸 시간들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의 불안을 인정하고, 다독이며, 때로는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병동에서의 경험은 나를 더욱 성숙한 간호사로 성장시켰습니다. 나는 이제 환자들의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병동의 경험은 나에게 간호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었으며, 환자들에게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보호자도 없이 홀로 1인실 유리 벽 안쪽에서 24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환자들에게 나는 어떤 간호사가 되어야 할 까. 간호사만이 그들의 가장 가까이에 24시간 존재하기에, 이제 저에게는 환자들의 신체적 회복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의학적 전문적인 지식 너머, 환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마음의 온기와 진실된 공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일부 간호 행위를 대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간호사로서 우리가 가진 본연의 힘은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우리는 그들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들이 편안함과 안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환자의 신체적 치유 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도 고려하는 등 간호의 깊이를 더합니다.

저는 이 병동에서 환자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간호사로서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저의 손길, 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는지 이제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매일 환자들의 곁에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그들의 마음에 소리 없는 위로를 전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간호사이기에 가진 사명이며, 제가 나가야 할 진정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