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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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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소나무

나무줄기를 따라가 보면

상처 없는 나무가 없다.

 

그렇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눈보라에 시달리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박두순의 상처라는 시다.

 

나는 최근 전보라는 것을 했다. 과를 옮겨서 일을 한다.

생판 모르는과도 아니라 업무적으로는 힘들지 않을것이라는 위로의 말이

하나도 위로가 안되는게,

환경이 변하고 그곳의 생활에 적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위기이며 어려운일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솔직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나의 MBTI‘I’로 시작하는 사람이니 오죽하겠는가.

더욱이 난 일반간호사도 아니고 관리직급 간호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이끌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많은 간호사들은 관리직 간호사-파트장이나 수간호사는 전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거나 미약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나는 27년의 병원생활중 전보라는 행사를 5번 경험했다.

그중 일반 간호사로 3번 전보를 다닐때보다도 관리직급에서의 전보는 몸과 맘이 더 힘든게 사실이다.

간호사들을 새로이 만나야하고, 업무를 정리해야하고, 환경을 정리해야하는 조금은 일반간호사와 다른 업무를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그냥 환자만 케어하는 간호사였으면 이렇게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고 이해해보려해도 이번에는 너무 힘들었다.

퇴근길에 걷다가 울컥하여 울어보기도 하고(MBTI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난 잘 울지 않는 J이다)

새로운 간호사들을 위한 비젼과 목표를 보여줘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있는 시간들.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들.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전혀 갈피가 잡히가 않는 암흑의 시간이었다.

 

우리집은 도봉산이 잘 보이는곳이다.

도봉산옆에는 창포원이라는 큰 정원이 있다.

내가 종종 마음이 심난하면 찾아가는 곳이 창포원이다. 창포원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spot은 소나무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2년전. 나는 우리 간호사들과 함께 기존의 병실 문을 닫고 모두 코로나 중증병동으로 파견을 나간적이 있다.

그때 남의집살이, 더부살이하며 어려워했던 간호사들과 함께 나는 더 상처받고 아파했다.

한겨울.. 무겁고 갑갑한 마음에, 잘 움직이지도 않는 나는 핫팩 4개로 무장을 하고 창포원으로 무작정 간적이 있다.

나무와 꽃들은 추운날들을 버티기 위해 최소한의 영양분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눈으로 보이는 와중에 그 추위에서도 소나무들의 저 뻣뻣하기도 하고 푸르른 자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추사 김정희도 아마도 나와 같은 것을 보았으리라. 그리고 세한도라는 그림을 그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맛물리는 논어의 구절도 있다.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

한겨울 날이 추워서일수도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춥고 서러울 때 그래도 나의 간호사들에게 추위에 지지 않고 버티는 소나무와 같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그렇게 버텨냈다.

 

2년전 그 마음도 잊은채로 살아가다 며칠전 무작정 창포원의 소나무를 보러 갔다.

김종운의 나무에서 만난 경영지혜란 책에서 소나무는 매우 척박한 토질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좋지 않은 곳에서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그래서 잎을 내고, 그 잎을 땅에 떨어뜨려 그 땅의 기운이 좋아지도록 만든다. 땅의 기운이 좋아지면 당연히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고 다른 나무나 꽃들이 침범?을 하면 그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고 한다.

왜냐면 소나무는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양수(陽樹)인지라 숲이 무성한곳에서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무는 참다운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는것이라고 한다.

솔선수범과 희생정신.

척박한 곳을 살기 좋은곳으로 만들고 더 에쁜 나무와 꽃-인재를 위해 본인의 자리를 내어주는.

그게 소나무의 리더쉽이라고 한다.

 

내가 왜 맘이 힘든지. 내가 왜 멍하게 있는지.

 

나는 소나무와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

 

추운겨울에도 항상 나의 간호사들과 같이 있으며,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어려움을 버틸수 있도록 힘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비록 상처가 많은 나무줄기라도 말이다.

그 맘과 생각을 잃었던 것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간호사들.

나는 이 새로운 환경과 간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소나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비록 상처 많아 예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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