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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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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환자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의 악화로 장기간 입원 중이던 40대 환자가 있었다.환자는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곤란 증상 호소와 산소포화도(SPO2)70%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깊은 호흡을 천천히 하여도 산소포화도는 쉽게 오르지 않았고, 호흡근의 저하로 깊은 호흡을 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져 산소공급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고탄산혈증으로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호흡자극이 이산화탄소가 아닌 산소요구도에 의해 발생하게 되므로

만약 고농도산소가 공급되면 호흡자극중추를 억제하여 이산화탄소 중독, 혼수, 사망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 저용량의 산소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고용량의 산소를 흡입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는 자발적 호흡(spontaneous respiration)이 점차 감소하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기간과 빈도가 증가하면서 결국 인공호흡기(BIPAP via facial mask)를 적용하게 되었다.


치료적으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했지만, 환자의 협조가 잘 안되어 오랜 시간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해 주면 금세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던지고 나면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되어 응급벨을 누르고 비강캐뉼라(nasal prong)로 산소를 적용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루에도 이러한 상황이 수십 번도 더 발생하여 모든 간호사들이 환자를 간호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보호자(배우자)가 옆에 상주하고 있었지만 환자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설득하지 못했고, 간호사가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긴 했지만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환자를 통제하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보호자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환자가 보호자에게 침을 뱉거나 심한 욕설을 하여 보호자도 간병에 지쳐가고 있었다. 더욱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상황에 병실 내 다른 환자 및 보호자들의 민원도 빗발치듯 쏟아졌다.


환자는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간호사가 근무할 때에는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를 거부하기도 하였고, 이산화탄소 축적(CO2 retension)으로 인공호흡기 마스크를 강제로 적용하려고 하면 욕을 하면서 치료를 강력하게 거부하였다.


반면에 경력이 있는 간호사가 "인공호흡기를 적용해서 호흡을 도와주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하면, 거부하기는 하지만 약속한 시간까지는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있었다. 간호사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환자가 너무하다고 생각했고, 나도 더 이상 환자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강압적이고 퉁명스럽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환자와 형식적인 대화만 하면서 환자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응급벨이 울려도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분무요법(nebulizer) 처방을 거부하면 더 이상 환자를 설득하거나 치료를 격려하지 않고, 치료에 대한 생각이 바뀔 때 말씀하시도록 했다. 그리고 환자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와 동료 간호사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었고 환자가 빨리 퇴원을 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환자는 여느 때와 같이 응급벨을 눌렀고, 환자에게 가보니 "지금까지 내가 못되게 군것 미안해. 내가 몸이 아파서 그랬어. 선생님이 나 좀 이해해 줘."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며칠 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환자에게 저도 너무 힘들어서 환자분께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어요. 저도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사과를 했다.


나는 속으로 내 행동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왜 이제 와서 사과를 하시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이후 나는 2일 동안 비번(off)이었고, 동료 간호사를 통해 환자가 임종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이번에도 이산화탄소가 축적되면서 의식이 변했고, 이전처럼 호전되지 않아 POLST를 작성하고 결국 임종하셨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을 정말 힘들게 했고, 환자가 빨리 퇴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환자의 임종 소식을 들으니 불친절하게 행동했던 나 스스로에게 후회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환자는 젊은 나이에 질병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환자 본인의 이야기를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하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분노로 표현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때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치료에 비협조적이었던 환자가 싫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부끄럽게 행동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아픈 마음까지도 꿰뚫어 케어 해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례는 지금까지 내가 간호했던 환자분들 중에 가장 죄송스럽고 후회되는 환자로 남았고,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앞으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오늘도 환자의 치료를 위해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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