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_table=nstory&wr_id=466 병원간호사회 본문으로 이동

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형식이나 분량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작성하셔서 언제든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내용 중 채택된 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며,
추후 채택된 글들을 모아 책자로 발간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1.'간호사, 플러스 스토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글은 게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 응모 횟수에 제한은 없으나, 한 번 응모한 글에 대해 수정은 불가합니다.
  • 3.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채택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드립니다.
  • 4.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온라인으로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신청서 다운받기 응모하기

위기탈출 3-6-9 게임

흔히 직장 생활에서 3년 차 6년 차 9년 차, 다시 직장인들은 3년마다 큰 위기를 겪으며 슬럼프[Slump;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 되고, 좌절에 빠져 결국에는 심각한 의욕 상실에 이르게 되는 것]에 자주 빠진다고 한다.

 

20239월은 입사한 지 만 3년이 되는 나에게 경계하고 넘어야 하는 큰 산으로 느껴졌다.

나의 기억 속의 3년 차 선생님들은 학생 간호사 때는 부서 내 중간 연차로 업무의 능동적인 사람으로 부서 내에서 가장 찾는 존재였고, 입사 후 프리셉티였을 때는 나도 저런 프리셉터가 되어야지 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독립했을 때는 일을 신속 정확하게 진행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지나가 루틴 업무만 제시간에 끝낼 수 있는 스킬만 장착한 듯한 기분이고, 업무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해 쉽게 의욕이 떨어져 지루함을 느끼는 3년 차의 위기에 부딪힌 것과 마찬가지였다.

 

위기에서 탈출해야겠다라고 마음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대학 동기이자 직장 동기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오래전부터 성향을 잘 알아 왔기에 서로가 그 부서의 찰떡이라고 칭찬하던 신규 간호사 때와는 달리, 이젠 만나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다. 의욕 넘치고 활기찬 응급실 간호사는 웃음기를 잃어갔으며, 꼼꼼하고 세심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집중력이 점차 흐트러졌다.

서로의 밝은 에너지를 전달받아 열심히 일하고자 마음먹었던 좋은 영향들이 더 이상 효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때쯤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다. 환자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올라와 즉, 담당 간호사가 친구에서 나로 바뀌었을 어느 무렵이었다.

 

응급실에서 ECMO를 삽입하고, 심혈관 조영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이송해 온 환자였는데 응급실에서의 상황을 간호기록으로만 봐도 정신없고 11초가 급박해 보였다. ‘내가 과연 응급실 간호사였다면 이런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을까라는 타 부서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던 중,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의 첫 ECMO 삽입술이었기에, 간호기록을 재검토하던 중 나의 기록도 얼떨결에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도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로서 ECMO 삽입술을 맡아본 적은 3년 동안 딱 1번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이 얼마나 부담이 되었을지 공감이 되어 친구를 위로해 주었다. 친구는 처음 보는 기계와 처음 보는 수치들과 활력징후였는데, 기록을 보니 중환자실에서의 manage를 어떤 이유에서 하는지 나는 알고 있는 듯해 보여 멋지다고 했다.

 

순간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각자의 힘들었던 순간들은 남들에겐 대단함으로 보일 수 있으며, 그것이 반짝이는 순간들이 되어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나눠주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직무에 관련된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100% 확신을 두고 말할 수 없는 내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느꼈다. 언젠가부터 간호를 그저 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아니라 나의 감으로만 시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 알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응급상황에서조차도 침착하게 해내야 한다는 기대감을 핑계로 겉으로만 아는 척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고는 실력이 부족할 때보다, 자만하고 방심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큰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어떤 지식이 부족한지 인정하고, 배우며 적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문장처럼 배움을 꾸준히 할수록 그것에 비례해 나 또한 성장하게 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3년간 친구를 비롯해, 부서 내 여러 선생님과 힘듦을 공유하고 또 배워 가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끈끈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받은 것들을 또 내가 누군가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건 감사하고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3년 차의 간호사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뿌듯함이 들었고 그에게 맞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돌아오는 3년마다 위기가 있겠지만 첫 번째 위기에서 탈출하려 노력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서 환자와 보호자가 먼저 반겨주는, 동료들과 화합을 이루는, 병원이 찾는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