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병동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와상환자를 가족으로 두는 보호자를 많이 만나곤 한다.
와상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들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간병을 해서 그런지 세세하게 신경 쓰고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 예민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보호자들 또한 예민하다고 생각되는 보호자 중에 하나였다.
세 남매가 와상환자가 된 어머니를 정성으로 간병하는 보호자들이었다.
유독 병동이 고요하던 어느 날, 스테이션에 앉아있던 나에게 보호자가 오자마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듣다 보니 환자 목관 교체가 시기가 많이 지났고, 교체해달라고 계속 말을 했음에도 면회 올 때마다 교체가 안 돼 있어 참고 참다가 분노하였고 하필 내가 스테이션에 앉아있던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듣다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좋게 말할 수도 있는데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며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도 않는 보호자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나 또한 감정적으로 보호자를 응대했고, 서로 화가 난 채로 주위 사람들에 의해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보호자에게 화는 났지만 한편으로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환자가 있는 병실에 가서 감정을 절제하고 차분하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사과하며 오해를 풀었고 누구보다 병동에서 가장 친한 보호자와 간호사 사이가 되었다. 미움이 선함으로 바뀌고 나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서 사소한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곤 했다. 물론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들뿐만 아니라 내가 간호를 제공하는 모든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마음이었지만,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우리는 깊은 신뢰를 쌓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환자가 집으로 퇴원을 하고 한 달에 한 번만 입원해서 목관 교체, 피검사 등 기본 필요한 항목을 하러 올 때마다 우리는 친한 친구처럼 서로를 반겼다. 집에서도 와상환자를 번갈아 가면서 간호를 하는 세 남매가 너무 대단하고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나중에 후배에게서 “이거 선생님 이야기인 것 같아요”라고 연락이 왔고 인터넷 뇌졸중 환자 카페 블로그에는 나와 친해진 보호자가 나에 대해 글을 적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사소한 나의 노력들을 너무나 크게 고마워하고 기억하며 적어준 글들이 있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더 잘 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과 나의 진심을 알아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공존했다.
나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이 요구하는 사소한 것들을 들어주는 것부터가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항상 일을 했었기에 보호자가 요구하는 걸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해 주었고, 어떤 점이 환자를 위한 건지 환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른 간호를 제공해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환자를 위한 간호가 올바른 방향이었구나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뿌듯한 기억이고, 나의 평생 간호사 생활에서 잊지 못할 보호자와 환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