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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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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대한 감동을 더하라

초등학교를 다시 가본 적이 있는지?

무쟈게 넓었던 운동장, 교실, 책상은 모두 생각보다 넓지 않고 생각보다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물론 체구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초등학생 때 느꼈던 학교라는 장소의 커다랗고 큰 무게감은 지금은 늙어서인지 에게? 혹은 뭐야? 이 정도였어?’라는 가벼움으로 퉁을 친다.

 

파업을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특히 환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말에서는 항상 간호사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2023년 보건의료노조파업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기에 내가 속해 있는 병원도, 병동도 예외없이 몸살을 앓아야 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면 기분 좋게, 즐겁게 하자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다.

우리병동은 일반병동이라 필수유지업무 부서가 아니기에 단체행동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90%이상 찬성이 나온 바, (반대가 나왔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운영했을 것이다)

파업 1달 전부터 수시로,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는 함께 행동하고 함께한다는 것을 관리자로서 간호사들에게 이 생각이 자동적으로 스며들게 해주었다.

 

이 과정을 선배언니는 나에게 사악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21년 전 병원파업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파업후의 복귀과정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심지어 그때 나를 힘들게 했던 선배를 지금도 마주치면 몸이 부지불식간에 떨려오는 것을 느낀다. 무려 21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단체행동에서 단독행동으로 변경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알기에, 그리고 그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감정들이 조직관리의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사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2주전부터 grade별로 식사시간을 마련하여 그냥 소소한 병원 얘기, 본인들 얘기를 더 들어주려 했다.

 

27년 병원생활하면서 느낀 건 그지 같아도 동기사랑이 나라사랑이라는 것이다.

동기가 나의 뒤통수를 저격해도, 어려운 순간에는 또 쉽게 마음을 놓고 얘기하게 되고 결국엔 서로 돕게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려운 순간이 오면 동기들끼리 더 돈독해질 수 있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위한 식사시간을 조촐하게 마련했다. 덕분에 7월 나의 엥겔지수는 역대급을 찍었다.

 

파업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너무 더웠고,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접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 병동 직원 수대로 아이스 목도리를 샀고, 우비를 입고 걸을시 우리 층 사람임을 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우비에 붙일 수 있는 커다란 스티커(THANK YOU, SMILE)를 구입했다.

그래야 어디를 가다 동료를 잃어버려도 스티커를 보고 바로 찾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파업예정일 2일전부터는 파업 시 만날 수 없는 간호사들을 근무 끝나고 인사할 때 한명씩 안아주기로 했다. 간호사들은 내가 왜 이랬는지 지금도 모를 것이다.

어느 책에서 내 인생 최대한 감동을 더하자라는 글을 보았다.

감동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게 아닐까? 행복처럼?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해보았다.

안아주면서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제발 건강 지키라고만 했다.

워낙 신체적 접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안아주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보니 간호사 각자의 강점이 너무나 확연하게 다가왔다.

평소 뚱했던 간호사도 마음은 안 그랬는데 워낙 표현을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쉽지 않았던 간호사도 이때만큼은 애기처럼 품에 꼭 안기는 게 , 다들 여리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파업당일

나이트 번도 모두 안아주고 퇴근을 시켰다.

정말 한명의 간호사도 파업 내내 출근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만에 액팅을 하면서 남은 환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간호본부차원에서 헬퍼(필수유지업무 부서 수간호사)를 지원해주셨지만 결국 나의 업무였기에 헉헉 대면서 액팅을 했다. EMR을 정리하면서 한참 기록 중에 컴퓨터 안쪽에 매달려있는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 사랑해요, 힘내세요

누구 글씨인지는 알 것 같았다. 울컥했다.

액팅하느라 정신없다가, 정리하면서 간호사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동시에 밖에서는 폭우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간호사들..괜찮은지.’

내 코가 석자였으나 우리 간호사들의 신변도 너무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병동 단체톡방에 글을 남겼다.

비가 너무 많이 옵니다. 제 맘에도 눈물이 납니다. 부디 건강챙기시고 오십시오.’

 

처방을 확인 후 투약준비실에서 투약을 준비하는데, 파트별 수액 정리통에 포스트잇이 또 붙어있었다. 같은 내용 다른 간호사의 글이다.

선생님 조금만 견뎌주세요.’

 

간호사들은 이렇게 곳곳에 보물찾기 하듯 자신들의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그 와중에 '지우개, 가위, 스카치테잎 쓰고 나면 제자리에 정리하세요라는 잔소리 글귀도 너무 간호사들을 그립고 보고 싶게 하였다.

 

장소가 만드는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며 가치를 낳는다.”

공간의 진정성(김종진)이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간호사도, 나도, 일터인 병동에서만큼은 각자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느끼면서 자아존중감도 올리는 그런 성장의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닌지. 72시간을 병동에서 버텼다.

견디면서 너무 졸립고 힘들 땐, 나도 인간인데 왜 간호사들을 원망하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그들 또한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견딜지 누구보다 알기에, 서로의 공간에서 잘 버티길, 잘 견디길 빌면서 그 원망의 맘은 한 대 툭~하고 날리고, 그들이 돌아오면 이것도 하셨어요?” 칭찬받을 생각으로(물론 칭찬은 없었다) 액팅을 진행했다.

물론 응급환자 발생으로 기겁한 적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지원을 와 주셔서 상황을 무사히 넘기기도 했고, po약을 혼자 확인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준 환자들도 넘 감사했다.

 

복귀가 결정되자, 우리 간호사들은 각자들의 방식대로 문자를 보내주었다.

핸드폰이 seizure를 하는 줄 알았다.

모두 같은 맘과 같은 글로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인생 최대한 감동을 더하자

감동도 행복처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배우는 경험이었다.

또한 인생의 모토가 변경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가치를 창출하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다정함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 우리 간호사들.

경희의료원 본13 간호사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동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현주2023-09-01
글을 읽고 있자니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부서원들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우리 층 사람임을 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우비에 붙일 수 있는 커다란 스티커(THANK YOU, SMILE)를 구입했다......]
본관13층 홧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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