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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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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가보자고!

가끔은 교보문고앞을 가본다교보문고 건물에는 1991년 이후 항상 새로운 글귀가 걸려있다. 일명 광화문 글판

22년 가을에 걸린 글판의 글귀는 다음과 같다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나는 2020년에 경희의료원에 입사했다. 경력 이제 막 만 3년차.

간호업무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고, 진단명과 환자를 매칭하는 것을 잘 하고 management를 하는 것도 잘하다가도 어느 날은 신규간호사 마냥 헤매는 날도 있는 그런 3년차이다.

신규간호사는 신규이기 때문에 지원해주고 관심을 주는 여러 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실상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잘하겠지라는 이유로 관심과 지원은 뚝 떨어진다. 이제는 모르는 게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들다. 아니, 창피하다. ‘아직도 이걸 모르면 어떡해 바보야라고 스스로를 혼내기도 하고 이렇게 과가 10개는 되는 잡과에서 어떻게 다 알아!’ 라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경력자인 나도 나름의 아픔도 있고, 괴로움도 있다. 늘 큰 목소리로 밝게 인사하고 다니지만 비슷한 일상에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건 더 많아지고 더해지는 부담감에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출근하기 싫어서 울기도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고,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가 갑자기 고구마 백만 개 먹은 것처럼 갑갑해질 때가 있다.

 

우리 병동은 2020년에 신생된 병동으로, 원내외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동이다. 올해는 2월에 모든 직원들이 목표 세우기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삶이 불안하고 힘든 이유는 삶이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금 이후의 삶을 알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현재의 고난과 시련과 실패에만 집착하게 되고, 이것이 나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드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힘든 게 과연 그깟 목표가 없어서일까? 목표가 있으면 정말 안 힘들까그냥 하라고 하니까 해보는 활동이기는 하지만 좀 고민이 되었다과연 정말 이게 도움이 될까?

 

하얀 A4용지에 23년 목표, 26년 목표, 28년의 목표를 적으려하니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는 표현이 딱이다.

이름 석 자 쓰는 것도 시간이 걸렸다.

이름 석 자 쓰고 목표에 동그라미, 그리고 한숨.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올해, 3년 후, 5년 후를 정해서 뭐하나 싶기도 했다.

 

하버드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는 있지만, 적어두는 사람이 특별한 목표가 없는 사람보다 10년 후 소득이 평균 2배 이상 높았다고 하니 한글자라도 적어본다.

공부?’

앞의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목표를 적어두고 기록해둔 사람의 경우 목표만 있는 사람보다 소득이 무려 10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 그래? 나는 부자를 꿈꾼다. 그럼 10년 후를 위해서라도 뭐라도 적어야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머리가 시끄럽게 돌아간다.

 

나의 올해의 목표는 첫 번째로 병원에서는 병동 책임간호사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든든한 선배, 믿음직스러운 후배가 되고 싶다. 어쩌다 보니 신규간호사들의 비율이 높은 병동이 되어 나는 작년 말부터 간간이 병동 내 책임간호사업무를 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내가 벌써 위에서 여섯 번째이며 내 밑에는 10명의 간호사가 있는지 억울하기도 했고 현실을 부정했다. 너무 걱정되고 벅찼지만 일단 하면 하는 거지~! 못 할 건 또 뭐야!’ 라는 마인드로 부딪혀왔다. 신규간호사들과 후배간호사들을 도와 한 듀티의 책임간호사로 그 시간만큼은 완벽하게 병동을 운영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한다.

 

두 번째로는 신규간호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좋은 선배로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 병동에 왔을 때도 나 포함 7명의 동기들이 배정되어 신규간호사들이 많은 병동이었다. 3년 간 부서원 변화가 많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도 2년차 이하 선생님들이 7명이다. 나 또한 신규간호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들이 흘리는 눈물과 가슴 답답함을 기억하고 있다. 신규간호사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힘든 점을 이해해주며 그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 참고로 내 프리셉티 두 명은 다 반 년도 채 안 돼 병동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지금 있는 신규선생님들이 너무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더 오래 봤으면 좋겠다.

 

세 번째로는 병동 내 환자만족을 위한 서비스팀 활동에 열심히 하고자 한다.

참고로 우리 병동 수선생님은 원내 행사 활동을 통해 상금을 수상하여 회식을 자주 하자는 게 목표셨다. 나도 그렇다. 회식은 건조한 병원생활에 한줄기 소나기이다. 언제 삼교대 근무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같이 하소연을 하겠는가. 간호사 아닌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답답하다. 회식을 통해 모여서라도 동질감 있는 부서원들과 서로 힘든 점, 좋았던 점, 개선점을 이야기하고 기분전환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원내외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좋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 밖에 개인적인 목표로는 대학원 입학, 독서(...), 3회 운동하기, 전세로 이사하기, 뮤지컬, 전시회, 연극 등 다양하게 경험하고 후기 남기는 것, 다이어리 써보는 것, 부산이랑 일본 여행가는 것, 적금하는 것 등이 있다.

생각하며 적어보니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A4용지가 크다고 했던가?

불과 몇 십분 전까지 A4용지는 왜 이리 큰지, 뭐를 적으라는 것인지 멘붕에 빠졌었던 내가 아니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구나.

 

내가 목표를 적으라고 해서 적었지만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올해 12월에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난 바보인가 괴로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5월의 나는 벌써 1주에 3회 운동을 하고 있고, 대학원에 입학했으며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4월말에 전세로 이사했고, 짬짬이 뮤지컬을 보며 후기도 꾸준히 남기고 있다. 6월 중 여행을 가려고 오프 신청도 했다.

그리고 병동에서는 책임간호사 업무를 큰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고 2명의 신규간호사의 독립에 힘을 주는 선배가 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딱이다. 목표를 정하고 일단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표? 말은 거창하고 어려워서 선뜻 다다가기 어려운 말이다.

목표?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좀 더 사회적인 느낌이 크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의 주인이기에 나의 미래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오늘, 현재 선물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나는 목표 있는 삶이기에 나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할 뿐이다. 내 눈앞에 나타난 삶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 것이다.

 

2312월이 기대된다

우리 병동의 모든 간호사들의 목표에 대한 결과는 어찌 되었을지, 그리고 나 또한 얼마나 달성했을지.

뭐든, 하나라도, 100%가 아니더라도 이룬 게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적어보지 않은 간호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목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적어보니 별거였다고.

뮤지컬 <킹키부츠>의 넘버 ‘Raise you up'의 가사 중 꿈을 따라. , 날아올라. 네 열정에 불을 붙여봐. 삶의 축제, 날개를 펴네. 가끔 넘어질 때 내 손을 꼭 잡아!‘ 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처럼 모두 자신의 꿈에, 목표에 얼른 불을 붙이길, 그러다 힘들 때는 좀 쉬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나길, 그리고 때로는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 지금 A4용지를 가져오시길. 그리고 적으시길. 선생님의 목표를.

그리고 모두 파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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