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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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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던 그때, 가장 좋아했던 이 놀이가 어른이 된 지금 나에게 조금은 특별하고도 다른 의미로 불리어 진다.


현재 나는 뇌신경계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다. Dysarthria, Broca Aphasia, Wernicke Aphasia, Conduction Aphasia, Hemiparesis 라는 익숙하고도 어려운 증상들의 구분을 위해 오늘도 나의 환자에게 소리 내어 외쳐본다.


저를 따라 소리 내어 보세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실어증은 소리를 내는 뚜렷한 이상이나 의식의 이상 없이 언어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병이다. 흔히 뇌손상 후 언어에 대한 이해나 표현에 이상이 생기는 장애를 말하며 언어가 완성된 후에 나타나는 후천적 장애라 한다. 후천적으로 생기는 실어증은 가장 흔히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그외 머리의 외상, 종양 또는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데 이런 실어증의 유무를 확인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업무이고 간호의 일부분이다근무 중인 뇌신경계중환자실은 하루에 최소 5건 이상의 뇌동맥류와 뇌종양 수술 후 간호와 더불어 외상성, 출혈성, 허혈성의 다양한 뇌졸중 및 뇌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간호가 이루어지고 있다.


활력징후, 흔히들 Vital sign 을 중점적으로 관찰 하고 안정된 활력징후를 유지하기 위함이 중환자실의 주요 업무라 하지만, 이곳 뇌신경계중환자실의 업무에는 작지만 큰 특별함을 더한다. 활력징후 이외에도 지속적인 뇌신경계사정을 통하여 세세한 변화를 알아채 문제 상황에 대한 일차적인 대비를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뇌손상 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에 대한 빠른 발견과 악화를 예방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000님 오셨습니다. 몇 번 자리로 갈까요~?”


오늘도 수술을 마친 환자가 중환자실로 입실 했다간호사들의 시선은 일제히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오는 복도로 향했고, 빛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침상 앞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요, 13. 000님 여기 입니다.”

하나, ,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숫자를 세는 것 같지만, 이건 우리들의 호흡이다.

간호사들은 절대 소리로만 숫자를 세지는 않는다. 숫자보다 더 정확한 손놀림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인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손이 닿는 만큼 철저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 덕분에 금세 인공호흡기를 포함한 모니터링 및 수술 후 채혈까지 마쳤다. 더 훌륭한 건 옆에서 어디 즈음에 손을 뻗어 볼까하며 쭈뼛대던 신규간호사 마저도 어느새 중환자실 보호자 안내를 마치고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우리들의 호흡은 완벽했고, 그 덕에 환자는 빠르게 인공호흡기를 떼고 기관발관을 할 수 있었다. 신경계 환자들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보통의 심장, 폐 등의 기저 질환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는 한 기관발관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그만큼이나 더 중요한 점은 수술 후 뇌신경계 사정이다. 수술부위, 혈관의 위치와 손상정도, 수술 후 촬영한 CT에서 확인된 추가문제까지를 고려하여 신경계 사정을 한다

단순하게 눈떠 보세요, 손잡아 보세요.”등의 지시에 대한 반응과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지남력 확인만이 아니다.

표정 짓기, 입술 오무리기, 얼굴 감각확인, 눈 맞춤, 눈동자 움직임, 냄새맡기, 방향감각, 중력에 대항한 근력, 강한 힘에 버텨보기등 병변 마다 진단명 마다 확인 할 사항은 정말 너무도 많다매 시간 마다 시행되는 신경계사정의 끝은 중환자실 퇴실 시까지 이루어지게 된다. 최근 질 높은 수면 환경 제공을 위해 필요에 따라 수면 시간에는 생략하기도 하나 그 수는 많지는 않다.


소리내어 따라해 보세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브닝 번 간호사에게 인계 받았을 때 보다 아침이 되면서 발화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창해졌어요. 발음도 정확합니다. 좌우 구분도 명확해요.”


데이 근무의 시작은 나이트 책임 간호사의 전체인계로 시작된다.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는 증상들에 대하여 빠짐없이 인계가 되고 작은 변화도 살필 수 있도록 세세하게 표현 된다. 간호사들의 인수인계는 그 어느 것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되고 나아가 우리가 만난 환자들의 미래에 큰 가치를 더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노력이 만든, 우리들의 중환자실. 이곳이 바로 나의 공간, 우리가 함께 하는 뇌신경계 중환자실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어느덧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한지 16년이나 지났다. 아차, 한해를 더해 17년차다. 간호사로서의 첫걸음을 했던 곳도 중환자실이었고 나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곳에 있다쉽지만은 않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가족의 임종 앞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면, 창피하지만 여전히 따라 울고 있다. 그럼에도 용기는 필요하다중환자실 간호사인 탓에 약해지고 싶은 순간에 강한 척 하기도, 강한사람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기도, 기쁨을 감추기도, 슬픔을 달게 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이 좋은 이유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만든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이다혼자서 일어설 수 없는 가지가, 여럿이 모여 한 방향으로 뻗었다. 나아가 큰 나무가 되었고 넓은 그늘도 만들어졌다. 혼자였다면 이만큼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였기에 더욱 견고해졌고, 그만큼 단단해 질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함께라서 그리고 우리라서 행복한 간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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