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부서는 다섯 병상 규모의 혈액내과 중환자실. 1년에 신규간호사 1명이 들어올까 말까 하는 작은 부서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는!! 코로나 환자들이 생기며 간호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이 작은 부서에도 신규간호사가 밀려들어오며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왜 혼돈의 시기냐? 한 근무조로 뛰는 간호사가 2명이니깐... 이 말은 즉, 프리셉티를 가르칠 경력간호사도 부족하고, 둘이서 근무하면 서로 심적 부담감이 상당한 근무 환경이다. 신규 간호사들을 보면 내심 짠했다.
‘인생의 첫 직장인데 이렇게 힘든 곳에 오다니...’
프리셉터로 신규 간호사 트레이닝을 하던 어느 날.
나와 프리셉티, 그리고 함께 근무하는 입사 일 년도 안 되는 아기 같은 신규간호사.
‘그래도 오늘은 셋이서 일하는구나.’
프리셉티와 독립한 신규간호사의 능력을 합치면 한 명 몫은 할 것이라 생각하며 출근했다. 그 날의 날씨는 아주 화창하였고 한강조망도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근무환경은 인공호흡기와 CRRT의 알람소리, 소리 지르는 섬망 환자,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중환자실 환경이었다.
섬망 환자는 집에 간다는 말만 반복하며 언제라도 낙상 사고, 발관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환자를 담당한 아기 같은 신규 간호사.
몸을 계속 가만히 있지 못하고 누웠다가, 앉았다가, 좌우로 돌면서 환자의 수액 라인은 계속 엉키면서 환자가 집에 갈 거란 말만 하였고 신규간호사도 그러시면 안 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꼬인 수액 라인을 주기적으로 풀어주었다. 한 숨을 푹 쉬며 스테이션 쪽으로 오는 신규 간호사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많이 힘들지?”
내가 저 환자의 담당 간호사였다면... 많은 생각이 들지만 축약해서 물은 나의 위로 같은 질문이었다. 그러자 신규간호사가 대답하였다.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저 상황에서 제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속상해요.”
나는 솔직히 놀랐다. 보통 대개 사람들이 내가 해야 할 업무가 우선이라 환자의 예측하지 못한 행동에 업무가 밀리면 조급해지면서 환자의 입장을 공감하기가 쉽지가 않다. 적어도 나는 신규간호사일 때 그랬다.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리석은 사람이었나’ 하는 자기반성과 함께.
한 편, 옆에서 트레이닝한 프리셉티는 needless IV connector로 채혈하고 수혈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알려줬더니 ‘우와’ 라고 감탄을 자아내고, 박수를 쳤다. 프리셉티가 어떤 마음으로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지니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힘이 생겨났다. 프리셉티의 리액션이 나를 춤추게 만들었다.
한 동안 계속 바쁜 환경에서 근무하며 번아웃이 올 무렵이었다.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한 나에게 이 날의 근무는 내 인생의 큰 에너지가 되었고, 깨달음을 얻은 날이었다.
두 간호사 모두 얼굴도 정말 예쁘지만 더 예뻐 보였다. 중환자실 안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게 아닌가! 지금은 시간이 지나 둘 다 훌륭한 간호사로 성장하고 있다.
‘이 날을 글로 예쁘게 담고 싶었어. 부끄럽지만 분만휴가 들어가기 전에 늦게나마 글로 남기고 같은 직장 동료로서 함께 근무하게 되어 기쁘고 천사 같은 너희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