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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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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수면 내시경 이야기

2019년 수면으로 위장과 대장을 검사하고 속이 계속 쓰려 2022년 새해 명의를 찾아 위내시경을 예약했다.

수술실 간호사인 나는 잠시 의료인에서 환자가 되었다.

 

아내가 공부한다고 바쁘고, 친한 의사는 트림만 잘 참으면 금방 끝난다고 해서 비수면 위내시경을 신청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수면 내시경은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하고 당일 운전도 못 한다.

수면 내시경은 내가 알기로 두 가지 약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하얀색 약물인 프로포폴이랑 기억을 없애고 금방 자게 하는 미다졸람. 정확히는 모른다.

이제부터 지난 나의 비수면 내시경을 환자로서 회고한다.

 

예약 시간은 1610.

난 항상 약속 시간보다는 일찍 가는 성격이라서 한 시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일찍 가면 준비도 하고 빨리 해 줄 거 같아서였다. 근데 아니었다. 한 시간 앉아서 기다리는데 너무 지겹고 떨리고 걱정되고. 배도 고프고 머리도 아프고.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는 꼭 오전으로 예약하고 일찍 오지 말아야지. 너무 배고파!’ 먹고 싶은 걸 검색하다 어지러워서 그만두었다. 배만 더 고프다.

한 시간 기다리고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위내시경은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전자 동의서이다. 긴장해서 짧고 간단히 대답했다.

근데 헬리코박터 조직 검사는 하는 거요?”

! 밖에서 기다리세요!”

또 기다림.

 

내 이름이 다시 호명되었다.

드디어 내시경인가 했는데 아니고 안에 간호사실 같은데 가서 앉으라고 한다.

세제 섞은 물 같은 걸 준다.

거품 없애는 약입니다.”

마시라고요?”

네에!”

주사도 맞으라고 한다.

장 진정제입니다. 팔 걷어주세요!”


'이게 쉽지 않군...'

 

세제물 같은 거품 제거제를 마시고 팔 근육 주사를 맞고 또 대기한다.

내시경이 1610분이 아니라 준비 시작 시간이구나.

 

기다림이 너무 지겹고 배고프다. 코로 숨 쉬는 연습 해 본다. ‘구역질을 어떻게 참지?!’ 내시경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 진짜 장난 아니다. 기다림에 지쳐서 두려움도 가려진다.

 

드디어 생각했던 곳 반대편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간호사를 따라가니 어두운 시술 방에 들어가서 락커에 옷을 보관하란다.

그냥 평상복 입고하네. 마스크는 손목에 걸고 휴지 왕창 손에 쥐어주시네.

잠시 앉아서 time out을 한다. 떨린다. 난 이제 의료인이 아니고 그냥 힘없는 환자일 뿐이다.

간호사 의사 환자 같이 확인한다. 이름 등등.

비수면이죠?”

다시 되돌리고 싶다. 수면으로!

수면제 맞고 싶다. 간절히!! 흑흑 겁난다.’

왼쪽으로 누워서 뺨을 베개에 댄다. 다리는 가슴 쪽으로 하고 어깨는 똑바로 하고 힘을 쭉 빼야 한다.

 

아참!’

앉아 있을 때 입에 리도카인 같은 걸 뿌려준다!

입 벌리세요!”

삼키세요!”

많이 쓰다. 입이랑 식도가 잘 마취되어서 안 아프길...

그리고 누워서 진짜 내시경 준비를 한다.

마우스 물고 입 아래는 침받이 곡반이 있다.

침은 그대로 흐르게 하세요!”

 

내시경이 이제 들어온다.

바로 구역질 한다.

또 구역질. ‘이게 뭐지? 너무 아프잖아!‘ 너무 괴롭다. 십이지장을 보는지 너무 아프다. 아프고 참기 힘들다. 손들고 그만하고 싶다고 외치고 싶다! 뽑고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근데 간호사가 어깨를 토닥인다. 엄마처럼. '내가 애인가?' 근데 그 손길이 위로이다. 별거 아닌데 눈물 나게 고맙다.

잘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어요! 힘든 시술인데 너무 잘하고 있어요!”

조직 검사와 자세히 위를 보기 위해 공기를 넣는다. 너무 괴롭고 고문 같고 참기 힘들다. 난 인내심이 부족한데 더 이상은 힘들다. 나 죽겠다. 다시는 비수면 안 할 거다! 절대로! 조직 검사를 위한 철사 줄 소리가 난다. 확인 어쩌고 마지막 어쩌고 한다. ‘언제 끝나지? 나 죽겠다!’

간호사의 격려가 힘이 된다.

매일 하는 말이겠지만 환자인 나로서는 너무 힘이 되고 용기가 생기고 인내할 수 있다. 마우스 피스 꽉 물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치아가 아플 수도 있으니깐. 한숨 해보라고 한다. 너무 잘하고 있다고...

간호사의 말 한마디!

이제 10초면 끝나요!” 속으로 세어본다. 천금보다 귀한 말이다! 너무 감동적이고 극적인 말이다. 10!!!

너무 기다렸던 말! '이제 드디어 끝나는 건가? 하나, , , ,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 드디어! 드디어!'

내시경이 입 밖으로 나왔다. 침이 질질 흐른다. 내 손의 휴지로 정리한다.

옷을 챙기고 나온다. 안경은 나중에 찾고. 입과 혀가 마취돼서 얼얼하다.

설명 듣고 수납하러 간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하루.

목 디스크로 아픈 아내 생각이 났다.

집에 가면 잘해줘야겠다.

아프면 서러운 법!

간호사로 일하다가 환자가 되어보니 간호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나의 작은 아픔으로 아픈 사람을, 간호사를, 타인을 느껴 보는 감사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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