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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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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의 빙수

힘들고 지칠 때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1년 전 쯤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었다.
엄마와 외래진료 올 때 마다 인사를 나누곤 했던 환자가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저 간호학과 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근데 힘들텐데

선생님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감사합니다. 선생님을 보며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 아이의 꿈 이야기를 듣자마자 부정적인 말을 내뱉은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환자를 처음 만났던 것은 몇 년 전 정형외과 병동에서 근무했을 때로 그때는 어린아이였다

어느 날 이브닝근무 병실 라운딩 중에 한 병실에서 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병실로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한 환자가 울며 보호자인 엄마에게 충장로에 있는 궁전제과 우유빙수가 먹고 싶다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그 환자는 선천적 고관절이형성증으로 chiari osteotomy 수술 후 통증과 오랜 기간의 침상안정으로 힘겨워 했다. 힘든 병원생활이 안쓰럽게 보였고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 대견한 생각이 들었던 환자였다.


병실로 들어가 아이를 달래고 있는데 보호자인 엄마는 아이의 간호를 해야 해서 나가지 못하고 아빠는 동생을 돌보며 직장에서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누가 사다줄 만한 사정이 아니라고 엄마가 이야기했다그래 나도 저 나이 때 친구들과 궁전제과 많이 갔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학생들도 궁전제과 많이 가나봐? 나도 많이 갔었는데, 여름 빙수는 궁전제과 우유빙수가 최고지~, 나도 갑자기 먹고 싶네, 내일 내가 오후 출근이니까 오면서 사올게, 나도 우리 oo 덕분에 먹어보자.” 하며 환자를 달랬다.


다음날 이브닝 출근 전에 환자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유빙수를 사들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 환자와 보호자는 우유빙수가 담긴 봉투를 받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라며 말문을 연 보호자는 내가 정말로 우유빙수를 사올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듯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인계를 받고 그 환자 병실로 들어가니 아이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어요. 빙수를 먹고 있으니 입과 몸은 시원한데, 마음이 따뜻해져요라고 말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의 마음도 따뜻해지며 흐뭇해졌다.


그 뒤로 그 환자는 회복해서 퇴원했고 외래 진료 오는 날이면 병동을 들러 항상 인사를 하고 갔다. 시간이 흘러 나는 병동을 떠나 외래 정형외과 전담간호사로 이동을 했고 가끔 외래에서 눈인사 정도 하는 정도였다얼마 전에 외래에서 그 환자와 엄마를 다시 만났다.

선생님 제 꿈이 이뤄질 것 같아요. 간호학과에 합격했어요.” 라고 웃으며 선생님 같은 따뜻한 마음의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하며 수술 후 먹었던 빙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자랑하듯 말하는 그 환자 앞에서 나는 순간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줄 만큼의 간호를 하며 살고 있는가?’ 라는 생각과 함께 멍해졌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나의 마음속은 따뜻해졌다그리고 잊고 있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따뜻한 기억을, 느낌을 되살려준 그 환자에게 너무 고마웠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음에 감사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작아지고 움츠러들어 있는 내 모습에 큰 기운을 불어 넣어 준 그 환자가 너무 고마웠고, 지금까지의 나의 삶, 간호가 헛되지 않았음에 위안 받았다.


지금은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그런 마음들을 잊고 지내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또한 나의 작은 행동, 말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의 말, 행동, 간호에 성숙한 자세로 임해야겠다.


난 오늘도 다짐한다. 따뜻한 마음의 간호를 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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