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분으로 올해 VF arrest로 입원하신 분입니다. ECMO를 사용하며 치료 도중 오른쪽 발목에 구획증후군으로 인해 Rt AK amputaion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환자분은 눈을 떠보니 기관절개술에, ECMO에, Rt AK amputaion에 중환자실...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중환자실에서 irritable이 심하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irritable하지 않았을 수 있을까요. 그런 환자분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을 오면서 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동 온 첫 날부터 환자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달려있는 주사들과 들어가는 약물들, 고열에 무엇보다 환자가 치료에 응하려는 모습이 전혀 없고 항상 짜증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담당간호사였던 저도 일을 하는 간호사의 입장으로써 환자에게 ‘무조건 해야한다, 이렇게 할 것이다, 이래서 이 약이 들어간다’ 라고 일적으로 밖에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아프니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하는데, 이 환자분은 왜 그런게 없을까?
제가 잘못 간호를 하고 있진 않는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자연스레 손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하는 인사가 아닌 눈도 마주치고 마음을 준다는 그런 마음에 손인사가 저도 모르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환자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자주 라운딩을 가고 인사를 건네는 저의 모습에 서서히 환자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환자의 주변환경도 보게 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니 환자와 저는 많은 것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쌀쌀맞던 환자는 제가 며칠 쉬다가 오면 보고싶었다는 말도 해주는 스윗한 환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좋은 기운은 이 환자분에게 가길 기도했지만 환자분의 몸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설사로 인해 근 1달 이상을 금식하던 환자는 심장 뿐만 아니라 허혈성 대장염이 너무 심해서 결국 대장 절제술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술하는 당일날 아침, 환자분에게 “수술 잘 받고 오세요!” 말을 하며 손을 잡아주는데 이제 이 환자분을 못본다는 생각에 참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전동 간 환자를 그리워하던 어느 한 날, 저에게 칭찬 카드가 왔습니다. 그 환자분이 적어주신 것입니다. 환자는 수술을 잘 받아 퇴원하셨고 제 덕에 아픔을 많이 이겨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환자분도 제가 종종 생각이 나서 적는다는 칭찬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참 보고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병동이 아닌 심장초음파실로 부서를 이동하였고 그 환자분이 더더욱 생각났는데 만날 인연은 만난다고 하죠. 외래를 보러 온 환자분과 딱 마주칠 줄 어떻게 알았을까요? 저와 환자는 서로 더 애틋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답니다. 환자의 통증을 잊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인 관심전환을 하기 전, 우리가 먼저 관심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12월에 심초음파를 받으러 올 환자가 벌써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