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한 지 12년차 인데 아직도 병원에서 적응이 안되는 게 있다. 바로 환자의 죽음...
특히 젊은 환자일수록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작년 이맘때 쯤 40대 남자 환자였는데 암이 여기 저기 퍼져 고통 속에서 희미하게 의식을 잡고 있었다.
배우자와 가족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 앞에서 예민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모니터의 작은 변화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어떻게 좀 해달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교가 있으면 도움을 받으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씀 드렸었다.
부랴부랴 보호자는 평소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환자의 목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실 이럴 때 나는 무얼 해줄 수 있을까? 고민 했었다.
지금까지 해온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면 사망한 환자 후 처치나 장례식장은 어디로 가실건지, 사망 진단서는 몇 부나 필요한지 행정 절차에 신경 썼었다.
그런 내 자신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난 종교도 없고… 아니 종교를 떠나서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마음속에 준비 해놓은 기도문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환자나 보호자 분께서 허락 하신다면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을 적어 보았다.
"OOO님 저는 OOO간호사입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시겠지만
그리고 제가 그 고통과 OOO님이 살아온 인생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오늘 곁에서 잠시 손을 잡아 드리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실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지 못하신 말이 있다면 눈빛으로도 가쁜 숨결로라도 전해주세요.
여기 계신 가족 분들이 너무 슬퍼하시지 않도록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영원한 평안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할게요.
제게 이렇게 기도 해드릴 수 있는 시간 주셔서 감사해요. “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싶다.
때론 이성적인 생각보다 환자에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 진심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환자 care하고 대화를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