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봄, 완화의료병동으로 간호사로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완화의료병동이라고 들었을 때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의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주변에서도 완화의료 병동으로 간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고 저 또한 걱정이 됐습니다.
신규간호사로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땐 눈앞에 놓여있는 업무를 해내기 바빠서 보호자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입사 전 제가 꿈꿔왔던 간호사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간호사에게 ‘우리가 간호해야 할 대상은 환자뿐만이 아니고 환자와 보호자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어떤 간호사가 되어야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심한 통증과 구토 등의 고통을 겪습니다. 건강했던 몸이 어느 순간부터 먹지 못하고, 걷지못하며, 잠을 못 잘 정도의 큰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한 통증으로 예민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분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빨리 죽게 해 달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괴로우면 그런 말을 할까?’ 라는생각도 들었으며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의 고통 또한 저에게 생생히 전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분들의 고통을 같이 나누고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후 환자나 보호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신경 쓰기 시작했고, 그 때 고마움과 보람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72세의 위암말기 환자분이 입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암이 전신으로 전이되어 많이 아프고 허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여서 식사도 잘 못하셨습니다. 환자분도 많이 힘들어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보호자 또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여러 처치를 하니 다행이도 약 일주일 만에 여러 증상들이 좋아져 식사도 하시고 통증 없이 잠도 주무실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약 3주 동안 평안한 상태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입원 당시엔 통증 등 여러 증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얼굴이 평안이 가득한 표정으로 변하며 “덕분에 푹 잤다”며 웃으시며 감사하다고 말씀하실 때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뒤 몇 일간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로 떠나셨으나 그 아름다운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제가 1년 가까이 근무하며 겪어본 완화의료병동은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병동은 웃음과 활기가 넘치고 서로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기에 더욱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기쁘고 낭만적일 수는 없겠지만, 말기 암으로 고생하는 모든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평안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도록 그분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간호사로 성장하길 다짐하며 맞이하는 2021년입니다.